
세종시 아파트 전세시장이 공급 부족으로 집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입주 물량 감소와 매매가 상승이 전셋값을 자극하며 가격 오름세가 뚜렷하다. 공무원 수요와 외지 인구 유입까지 맞물리며 전세난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전세수급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5일 기준) 세종시 전세수급지수는 102.1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1월 둘째 주 이후 약 3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선을 돌파한 수치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 부족, 100 이하일수록 공급 과잉을 뜻한다. 다시 말해 현재 세종시는 ‘전세 부족’ 상태에 진입한 것이다.
세종시 전세수급지수는 최근 2년간 80~90 선을 오르내리며 공급이 여유 있던 흐름을 보여왔지만 지난달 셋째 주 93.7에서 넷째 주 98.7로 상승했고, 이달 들어 마침내 100을 넘어서며 시장 균형이 무너졌다.
현장에서도 전세 매물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세종시 전세 물량은 1039건으로, 한 달 전(1143건)보다 100여 건 감소했다. 올해 초(1월 1일)와 비교하면 무려 35%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전세 매물의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세가격지수는 지난달 둘째 주 0.05% 상승하며 반등한 이후 셋째 주 0.03%, 넷째 주 0.12%, 이달 첫째 주 0.14% 등 상승 폭을 키워가고 있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고운동, 도담동 등지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특히 도드라진다.
전셋값 상승의 가장 큰 배경으로 공급 감소가 꼽힌다. 올해 세종시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035가구로 연간 적정 수요 추정치인 1959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세종시의 신규 주택 공급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전세 공급이 급감했다”며 “전세 시장이 좁아진 상황에서 매매 거래 증가까지 더해져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 매매가 상승은 곧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윤 랩장은 “갭투자자가 많아질수록 전세금 상승이 따라오는 구조인데 최근 세종시 매매거래 회복세가 이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공무원 중심의 안정적인 수요와 함께 대전, 청주 등 인접 지역에서의 인구 유입도 전세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세종시 전셋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외부 거주자들이 유입되고 이에 따라 수요가 회복된 점도 현재 시장을 과열시키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공급 감소와 수요 유입, 매매시장 회복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세종 전세시장은 당분간 집주인 우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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