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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에는 강남 아파트를 못 사겠네!”(40대 직장 여성)
“재벌이 되겠다는 것도 아닌데 아파트 한 채를 갖는 게 이렇게 힘드나?”(50대 전업주부)
정부가 고강도 대출규제를 선언하자 실수요자 사이에서 볼멘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을 비롯해서 수도권 주택을 살 때 유주택자는 주택담보대출을 한 푼도 못 받고, 무주택자라면 고작 6억 원만 대출할 수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로 부자라도 선뜻 강남에서 아파트를 사기 어렵게 됐다.
주담대 규제가 시행된 지 이틀째였던 29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34억원대에 팔릴 예정이었던 잠실 엘스 33평형 아파트 거래가 여러 건 취소됐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치솟았던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 부동산도 한산했다. 가격을 묻는 문의조차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35평형이 75억 원에 팔렸다”는 소문이 들렸다.
압구정동을 비롯한 강남 3구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는 주말에 개점휴업에 가까웠다. 이사 계획에 따라서 매매가 취소됐다는 소식 정도가 가끔 들릴 뿐이었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던 과천도 마찬가지였다. 매수 문의가 뚝 끊겨서 “이런 주말은 처음이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평균 시세는 30억 원을 웃돈다. 그동안 담보인정비율(LTV)이 50%라서 은행에서 평균 15억원 정도 대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딱 6억원까지만 돈을 빌릴 수 있다. 현금을 24억원 이상 내야만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강남구가 아니더라도 한강변 아파트 시세가 평균 15억원을 육박한다. 각종 비용을 감안하면 대출을 받더라도 10억원쯤 가져야만 한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지주그룹 임원은 “대출 규제가 워낙 강력해서 치솟던 아파트 가격을 일단 붙잡았다”고 평가하면서 “집값 안정을 위한 첫 걸음이 좋았으나 앞으로가 문제다”고 말했다. 집값 안정화를 위한 남은 정책은 공급 확대와 세금 규제이다. 그러나 서울에 아파트를 지을 땅이 드물기 때문에 공급 정책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파트 소유자의 저항을 고려하면 세금 규제를 강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집값 양극화도 눈에 띄었다. 아파트 평균 시세가 6억~8억원대인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분위기는 강남과 달랐다.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도 팔겠다는 사람이 드물다. 노도강은 규제지역이 아니라서 LTV가 70%까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6억원에 산다면 4억2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담대 한도(6억원)를 넘지 않고 LTV 70%까지 대출할 수 있는 지역은 노도강과 금관구(금천구․관악구․구로구), 중랑구이다.
노도강과 금관구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은 “6억~8억원대 매입이 가능한 노도강과 금관구 등 서울 외곽지역으로 풍선 효과가 발현되지 않을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 기자 jun@skyedaily.com
이세희 기자 saylee@skyedaily.com
이선주 기자 sjlee@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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