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4º
습도 90%
춘천 23º
습도 90%
강릉 26º
습도 70%
)
“FMC(완전임무수행능력) 없는 전작권 환수는 껍데기,무인체계·확장억제 제도화 없인 자주국방도 없다”
국방전략 전문가 신치범 건양대학교 군사학과 교수(예비역 육군 중령)는 29일 ‘트럼프 행정부 2기의 현실화하는 주한미군 감축 리스크’에 대한 스카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현재까지의 준비 수준과 확장억제 체계의 미비를 감안하면, 무리한 환수는 오히려 한국 안보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은 전시 상황에서 한국군이 아닌 주한미군 사령관이 갖고 있는 작전 지휘권을 한국군이 환수해 오는 과정을 말한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한미 양국이 합의한 엄격한 3단계 검증 절차를 거쳐야 가능한 일이다. 이른바 ‘조건에 기초한 전환(COTFG)’ 원칙에 따라, 전작권 환수는 △초기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이라는 세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2019년 1단계인 IOC는 완료됐고, 2단계인 FOC도 2021~2022년 사이 평가가 진행됐다. 다만 당시에도 일부 보완 필요성이 지적됐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3단계인 FMC, 즉 완전임무수행능력 검증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FMC는 한국군이 실제로 한미연합군 전체를 지휘·통제할 수 있는 전면전 수준의 능력을 보유했는지를 판단하는 최종 관문이다.
신 교수는 “FMC는 단순한 기술적 검증이 아니라, 전시 상황에서 지휘 체계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실전 능력 시험”이라며, “이 절차 없이 전작권을 환수하면 지휘권 공백, 작전 혼선 같은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확장억제’의 제도화 부재를 중대한 리스크로 꼽는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한국에 대해 자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우산과 전략자산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이 약속은 아직 문서화된 체계나 제도적 구조로 구체화되지 않았고,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실제로 개입할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다.
신 교수는 “FMC가 검증되지 않았고,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의지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전작권을 서두르면, 실제 유사시 한미 공조는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단언했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 선언으로만 전작권을 환수하는 경우,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움직이지 않고 한국만 단독으로 지휘권을 갖는 매우 위험한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 교수는 전작권 환수의 조건으로 “FMC 완료”와 “확장억제 제도화”라는 두 가지를 명확히 제시했다. 이 두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한미연합 방위체계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실전에서 동맹은 선언이 아니라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성과를 위해 서두르는 환수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전쟁지휘 체계와 확장억제 구조가 먼저라는 그의 메시지는,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전략적인 판단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 다음은 신치범 교수와의 일문일답 인터뷰
Q1. 최근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실화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A. 단언컨대, 주한미군 철수는 미국에도 손해가 크다. 주한미군은 단순히 한국 안보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다. 한미일 안보 협력 메커니즘이라는 전략적 린치핀의 일환이다. 만약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동아시아 전체의 억제력 균형이 무너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임기 말에는 이 구조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했다. 철수 위협은 협상을 위한 레버리지일 뿐이고, 실제 실행은 쉽지 않다.
Q2. 그렇다면 전작권 환수는 어떻게 보나? 현 정부는 이를 서두르려는 경향이 있다.
A. 전작권 환수는 자주국방 차원에서 당연히 가야 할 길이다. 다만 ‘조건 기반 전환’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금 FOC(완전운용능력) 검증은 마쳤지만, FMC(완전임무수행능력)는 아직이다. 여기에 더해 확장억제를 제도화하지 않으면 위기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 개입을 담보하기 어렵다. 정치적 성과보다 전략적 안보 시스템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Q3. 교수는 K-리플리케이터 구상을 강조해왔다. 왜 ‘지금’이 시급하다고 보나?
A.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협은 ‘무인체계의 쓰나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과 로봇 기술을 다층적으로 활용했고, 중국은 AI와 로봇 기술을 군사에 전면 접목하고 있다. 북한 역시 러시아·중국의 기술을 수용해 무인 복합체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육군 과학화 수준이 2.5세대에 머물러 있다. K-리플리케이터는 더 이상 미래 전략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현재의 과제다.
Q4. 그렇다면 비대칭 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
A. 내가 제안하는 ‘Asymmetric K-RMA (비대칭성 기반의 한국형 군사혁신)’의 핵심은 네 가지 차원에서 적의 급소를 정확히 찌르는 것이다. 수단은 무인체계, 전자전, 인지전 등 첨단 기술 기반이다. 주체는 전 국민적 저항 네트워크와 국제 연대다. 전략·전술은 유인·무인 복합 전투와 공세적 비대칭 전략이다. 시공간은 초연결 전장, 즉 MDO(다영역작전)와 사이버·우주를 포함한다. 우리는 미국식 ‘넘버원’ 전략이 아니라, 한국의 강점을 살린 ‘온리원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Q5. 북한의 ‘땅굴 위협’이나 인지전 전술 같은 비정형 전력에 대한 대응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A. 땅굴은 전통적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위협이다. 하마스와 이란도 땅굴을 이용하고 있고, 북한은 이미 4개 이상이 공식 발견됐다. DMZ 인근은 여전히 블라인드 존으로 남아 있다. 인지전은 더욱 복합적이다. 우크라이나는 SNS를 통해 전 세계 여론을 움직였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은 핵무기보다 강한 억제력을 만들었다. 한국도 사이버심리전 전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전쟁은 이제 총과 포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전장이다.
Q6. 마지막으로, 전작권 환수나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한국이 우선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A. 첫째, 전력 체계의 질적 전환, 특히 육군의 과학화가 필요하다. 둘째, K-리플리케이터를 통한 무인전력으로의 전환이다. 셋째, 확장억제를 제도화하는 한미 연합 지휘체계의 고도화다. 넷째, 비대칭 전략에 기반한 독자적 전쟁수행능력의 확보다. 이것이 진정한 자주국방이다. 한국은 약자가 아니다. 우리가 가진 비대칭 자원을 전략으로 전환하면, 충분히 ‘온리원’이 될 수 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