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93세를 일기로 작고한 작가 소노 아야코의 산문집 ‘때로는 멀리 떨어져 산다’가 출간됐다.
일·관계·삶·인간·신 4가지 주제를 두고 펼쳐지는 소노 아야코의 긍정적 시선은 지금까지 참이라고 믿었던 우리의 시선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진취적이고 호기심으로 가득 찬 젊은 시절에는 ‘인생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좌충우돌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은 안다. 긍정적으로 사는 즐거움의 가치를.
껄끄러웠던 인간관계, 나에게만 주어진 것만 같은 고통들, 가난, 나이듦, 죽음 등 삶의 부정적인 요소에 깃든 긍정적 가치에 눈 뜨는 순간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시련이 있어 강해지고, 병이나 고통이 있어 겸손을 배우며, 죽음이 있어 삶은 더욱 매력적이라는 것을.
소노 아야코의 글은 이렇듯 우리의 고정 관념 속에서 묻혀 있던 인생의 숨은 가치를 드러내 는 부드러운 힘을 지녔다. 세상의 위선을 꼬집되 꼬여 있던 것들에 대한 오해를 풀어 우리 내면의 상처를 보듬어준다.
상류층이었지만 암울했던 가정환경과 이로 인한 폐쇄공포증, 그 뒤에 찾아온 실명 위기 등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 벅찬 절망을 전부 이겨낸 소노 아야코이기에 그 깨달음이 이토록 와닿는 것인지도 모른다.
성인이 되어 글을 쓰기 시작한 소노 아야코는 글을 쓸 때면 ‘용서’ 즉 모든 것을 수용하는 심정으로 임했다. 치열한 자기 싸움의 결과로 소노 아야코는 1954년 아쿠타가와상 후보로 등단했고 이후 휴머니즘이 배어난 진솔한 작품으로 인간 보편의 공감대를 끌어냈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