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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혐의는 단순한 불법이나 월권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계엄령 선포를 실제로 준비했고, 군 수뇌부 및 정보기관과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명은 ‘12·3 사태’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실행되지 않은 쿠데타도 내란인가. “비상계엄은 통치 시뮬레이션이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단호하다. 계엄령은 실행되지 않았고, 군 병력이 도심을 점령하지도 않았기에 ‘단지 계획에 불과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헌법 제77조가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권을 부여하고 있는 만큼, ‘계엄’ 자체는 정당한 통치 행위라는 논리도 편다.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의 이름으로 헌법을 무너뜨리려는 자에게 우리는 어떤 죄목을 적용해야 하는가. 계획만 하고 총을 들지 않았다면 그 칼날은 칼이 아닌가.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형법 제90조를 들이민다. 내란예비·음모죄. 실행하지 않아도, 공모하고 조직하고 지휘 체계를 만든 것만으로도 유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특검이 확보한 자료에는 국회 무력화, 언론 봉쇄, 야당 정치인 체포 등의 시나리오가 포함돼 있다. 이쯤 되면 계획이 아니라 작전이라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선거에서 지면 계엄령으로 버티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건 그냥 상상이었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자의 상상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다. 일개 시민이 무심코 뱉은 말과, 국가를 통치하는 자가 군과 함께 꾸민 계획은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
실행하지 않았기에 무죄라고 한다면 모든 쿠데타는 ‘실행 직전까지는 합법’이 아니겠는가. 이 얼마나 위험한 궤변인가. 문민 통제의 최후 보루는 사법정의다.
윤 전 대통령은 여전히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건강 악화를 이유로 들고 있으나 그의 침묵은 정치적이다. 출석하지 않고, 진술하지 않고, 법정에서만 싸우겠다는 태도는 ‘정치적 수사’라는 프레임을 고수하며 정당성 싸움으로 사건을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판단은 사법부의 몫이다. 그러나 이 재판은 단지 윤석열이라는 한 사람의 죄와 벌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정 질서가 어디까지를 허용하고,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를 정하는 중대한 선례가 될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만 무너진 것이 아니다. 그가 몸담았던 검찰 조직, 그를 지지했던 보수우파 정치 세력 전체가 함께 무너지고 있다.
국정을 함께 꾸려야 했던 참모들은 하나둘 특검의 수사선상에 올랐고, 친윤계 지도부는 탄핵과 대선 참패를 겪고도 반성과 쇄신 없이 ‘정치 보복’이라는 익숙한 슬로건 뒤에 숨어 있다. 검찰 조직 또한 마찬가지다.
검찰은 권력형 부패를 감시하고 법치의 마지막 방패막이 되어야 할 조직이지만, 지금은 ‘윤석열의 원죄’라는 꼬리표와 함께 해체론, 분산론, 무력화 논리에 정당성을 제공해 버린 스스로의 그림자에 갇혀 있다. 이재명정부가 추진 중인 수사·기소 분리 및 검찰권 제한 법안들은 그 자체로 논쟁적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지 않고 있다.
국민은 이미 검찰과 보수 정치 세력이 스스로 신뢰를 잃는 장면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구조적 파열음은 “영부인의 국정 개입을 차단하라”는 충고를 무시하고, ‘계엄령을 꺼내는 자가 헌법을 수호할 수 없다’는 상식을 외면한 윤 전 대통령의 선택에서 비롯됐다. 파열음의 근원에는 ‘대통령의 부인’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단 한 번도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다. “내가 대통령, 아내는 영부인일 뿐”이라던 말과 달리, 김 여사는 공천, 인사, 외교행사에까지 개입한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그는 스스로 공언한 ‘사적 권력의 개입 차단’을 끝내 실천하지 못했다. 아니 실천하지 않았다.
“정권을 지키기 위해 헌법을 넘본 자를 우리는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정치는 결국 책임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 무능은 죄가 아닐 수 있어도, 무책임은 용서받을 수 없다. 지금의 보수는 그 무책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채 스스로의 무덤을 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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