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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대법원이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연방 교육부 직원 약 1400명 해고를 허용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대법원에서 이날 보스턴 소재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 명 J. 전(한국명 전명진) 판사의 명령이 뒤집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작년 대선 당시 내건 ‘연방 교육부 해체 및 주(州)로의 교육행정 이전’ 실현이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행정부의 긴급 상고를 판단이며 본안 심리 후 내려질 최종 판결이 아니지만 의미심장한 결정이고 반격도 상당하다.
당장 미국교사연맹(NEA)은 성명을 통해 “법원에서 보자”며 법적 대응 계속을 예고했다. 장차 연방 예산이 사라지면 곤란해질 이들 NEA와 교육계, 일부 주 정부 등 연합이 연방 및 하급심 소송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로이터통신에선 지난달 입소스 여론조사를 들어 응답자 약 65%는 교육부 폐지에 반대했고 찬성 의견이 30%에 불과했다”며 “미국 대중의 다수가 연방 교육부 폐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민주당) 때 임명된 전 판사는 5월22일 판결에서 교육부 직원들 복직과 관련 행정명령 실행을 금지한 내용의 ‘예비적 효력정지 명령’을 내렸다. 그게 일단 저지된 것이다. “하급 법원이 행정부 조처의 연방 법 위반 가능성을 판단했지만 연방정부를 재편 중인 트럼프의 노력에 대법원은 잇따른 승리를 안겨 줬다”고 AP가 보도한 가운데, 구체적인 판결 논리나 9명의 대법관들 찬·반 양상 등이 알려지진 않았다. 반대 의견을 작성과 소니아 소토마요르와 이에 동참한 2명 등 총 3명과 나머지 6명 대법관은 상반된 성향의 인물들로 평가된다.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이란 보편적 상식임에도, 판사들의 세계관·가치관 차이가 흔히 좌파·우파로 구분된다. 미 연방 대법관은 종신직이며 사망이나 자진 은퇴에 따른 공석이 생길 때만 충원될 뿐이다. 우연히 트럼프 첫 임기 동안 3인 임명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6:3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들 임명 연도만으로도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클라렌스 토마스(1991), 존 G. 로버트(2005), 새뮤얼 A. 알리토(2006), 소냐 소토마요(2009), 엘레나 카간(2010), 네일 M.고서치(2017), 브렌 카바너(2018), 에이미 코니 베럿(2020), 제탄지 브라운 잭슨(2022) 등 공화당·민주당 대통령이 각각 6명과 3명을 임명한 셈이다.
한편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도 대법원 판결에 환영 성명을 냈다. 트럼프가 “그녀의 최종 임무는 자기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했듯, 부서 폐지를 목표로 부임한 맥마흔 장관은 이번 대법원 결정에 대해 “학생과 그 가족의 중대한 승리”라면서도 ‘대통령 정책의 추진을 위해 대법원까지 나선 상황’을 “부끄러운 일”로 표현했다. 이어 “연방 기관의 인력·행정조직·업무 운영 최종 결정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판결” “(교육을) 더 학생·학부모에 가깝게 재편하는 첫 단계”로 풀이했다.
3월20일 “이제 교육을 본래 속해 있던 곳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며 서명된 행정명령은 트럼프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교육 정책을 교육부에서 주(州)정부 및 지역 교육위원회 관할로 돌리는 게 골자다. 해당 행정명령에 따르면 교육부가 학생(학자금)대출 관리, 저소득층 학생 지원금, 특수교육 지원금 등 기본적인 기능만 유지하도록 축소된다. 애당초 미 수정헌법10조(각 주와 국민이 가진 권한)엔 “헌법으로 연방에 위임되지 않았거나 각 주에 금지되지 아니한 권한은 각 주와 국민이 보유한다”고 명시돼 있다. 설립 당시부터 위헌 논란을 불렀던 근거다.
앞서 연방정부 축소 및 예산 절감을 위해 “교육부 전체 직원의 절반 해고”가 발표된 상태였으며 행정명령 서명식 때 트럼프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 교육부의 폐지를 재차 다짐했다. 그 배후의 실질적 이유는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젠더이데올로기(GI)와 비판적 인종이론(CTR) 등 미국 사회의 근본적 가치관을 뒤엎는 내용의 보급이다. 트럼프의 과거 발언들을 살펴보면 그가 이 문제를 ‘역사전쟁’ ‘문화전쟁’의 전초전으로 파악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진영에선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민주당) 때 설립된 교육부가 이후 점차 ‘반미적’ ‘반기독교적’ 기조 보급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들에게 교육부 폐지는 법리적 정당성을 넘어 교육 현장 좌경화에 대한 저항인 것이다.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공화당) 역시 이들 GI·CTR을 “좌파 독소 이론”으로 규정하며 주 정부 차원의 퇴출에 힘써 왔다. 2024년 트럼프 대선 캠페인 홈페이지 공약 설명 대목에선 교육부를 아예 “공교육 좌경화의 본산”으로 짚기도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학부모 권리’를 주장하며 “정치적올바름(PC)·깨시민(Woke)주의 주입을 멈추라”고 목소리 높였다. 평균학력 저하도 심각하게 지적됐다. 연방 교육부의 막대한 예산 지출 속에 학업 성취도가 OECD 평균 이하인 점, 관료주의·교사노조 유착 문제도 일찍부터 비판받았다.
46년 전 교육부 설립 시 공화당은 연방 차원의 교육 관련 사안이 보건·교육·복지부(HEW)에서 처리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헌법 위배” “과도한 연방 개입”이라고 반대했었다. 교육부 폐지 이슈는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라 오늘날 미국 사회의 근본 철학 즉 ‘차세대를 가르칠 권한을 누가 갖는가’를 둘러싼 이념전쟁의 한 축이 됐다. 좌경화된 공교육 체제 해체와 교육 자율권 회복, 공공성·형평성 붕괴라는 논리의 대립인 것이다. 특히 입법을 통해 탄생한 교육부 폐지엔 상원 60표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므로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 같긴 하지만 상원 53석을 가진 공화당 단독으론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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