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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전작권 환수는 과거부터 논의돼 온 장기 현안으로, 공약사항이자 미국과 지속 협의 중인 사안”이라는 입장을 11일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이 전날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관련 보고를 받고 질문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전작권 환수가 관세·안보 통상협상의 주요 카드로 부상할 가능성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전작권을 관세 협상의 교환 대상으로 놓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실제 협상 카드로 꺼낼지는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카드로서의 실효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약을 활용하다 자칫 외교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여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협상을 하라고 했더니 안보를 포기하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가 관세 협상 중간에 전작권 문제를 꺼내들었다”고 비판했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전작권 환수가 ‘안보 리스크’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시작전권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군사령부에 넘긴 이후 현재까지 미군 주도의 한미연합사령부가 보유하고 있다. 평시 작전권은 1994년 국군 합참의장에게 환수됐지만, 전시 작전권은 여전히 미군 대장이 행사 하고 있다.
전작권 환수 논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전략적 자율성을 내세우며 본격화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조건부 환수’로 조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핵심군사능력 △북핵 대응능력 △역내 안보환경 변화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전환 가능하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으로 전작권 환수를 명시했고, 이번 NSC 회의에서 그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NSC 참석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작권 개념과 역사에 대해 국방부에 상세히 질문했으며, 향후 추진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략적 자율성과 자주국방 차원에서 전작권 환수를 지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법 개정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고, 김우영 의원은 “방위비 협상과 함께 전작권을 포함한 주요 사안을 수면 위에 올려야 한다”며 “협상 대 협상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대미 특사단에 내정된 인물로, 이재명 대통령과 가까운 핵심 친명계로 분류된다.
국정기획위원회 역시 이날 “국방부 및 합참과 전작권 이행 조건과 방향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은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새 정부의 추진 방향을 설정 중”이라며, 구체적 이행 과제 도출을 위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전작권 환수가 실제로 카드로 사용될지는 불투명하다. 대통령실은 전작권 문제는 아직 협상 대상에 올라간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트럼프식 톱다운 방식의 외교에선 모든 안보 이슈가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시각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전작권 환수와 관세 협상은 전략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맞다”며, “미국 보수 진영의 반응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작권 환수, 美 동의 가능성에도 실효성 ‘의문’
한편,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 부담 분담 기조를 감안할 때, 전작권 환수가 현실화될 여지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당시부터 ‘왜 미국 청년이 바다 건너 한국 전장에서 죽어야 하느냐’며 주한미군의 자동개입 구조에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의 역할 재설정’이 미국 내 안보 전략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미군이 한반도 지상전 개입을 줄이고 해·공군 중심의 ‘간접 지원형’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미 행정부가 작전권을 넘기는 데 있어 과거보다 훨씬 유연해졌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다만, 지휘 효율성과 책임 소재, 연합 전력 운용의 일원화 문제 등 실전적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작권 환수는 단순한 양국 간 합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환수 이후에는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혹은 대대적 지휘체계 개편이 필연적으로 뒤따르며, 실제 전시 상황에서 한국군이 지휘하는 체계 하에 미군이 실질적으로 전투에 투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천영우 전 외교부 2차관도 최근 관련 발언에서 이 점을 강하게 환기했다. 그는 “미군은 베트남전과 중동전 등에서 축적된 방대한 실전 경험이 있지만, 한국군은 사실상 50년 넘게 실전을 겪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한국군 지휘 아래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연합사가 해체될 경우, 전시에 미국 본토에서 수십만 명의 병력을 증원받을 수 있다는 기존 한미동맹의 핵심 약속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며, “환수 그 자체보다, 이후 구조와 운용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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