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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75주년 특집②] 낙동강 방어선을 가다, 다부동·화령장
다부동, 55일간의 혈투가 남긴 ‘낙동강 방어선’의 총체
화령장, 국군 단독 첫 승리 ‘5일간의 기적’
이승만·트루먼 동상, 백선엽 장군 기념비… 호국 영웅 흔적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24 20:06:26
▲경북 칠곡의 다부동전적기념관과 상주의 화령장전투전승기념관은 6.25 전쟁의 아픔과 승리의 기록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다. 디자인=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평화로운 일상 속, 75년여 전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렸던 치열한 격전지였음을 묵묵히 증언하는 곳들이 있다. 경북 칠곡의 다부동전적기념관과 상주의 화령장전투전승기념관은 6·25 전쟁의 아픔과 승리의 기록을 생생하게 간직한 채, 오늘날 우리에게 잊지 못할 교훈을 전하고 있다.
 
경북 칠곡군,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고즈넉한 산자락이 감싸는 평화로운 풍경 속에 다부동전적기념관이 자리했다. ‘55일간의 혈투’가 벌어졌던 치열한 격전지였던 이곳에서는 1950년 여름, 북한군의 파죽지세에 밀려 대구까지 후퇴했던 국군과 유엔군이 이곳 다부동에서 대한민국의 운명을 걸고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했다. 이곳이 뚫리면 대한민국 전체가 위태로워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다부동 기념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실물 크기의 전차·전투기·미사일이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며 기자를 맞았다. M4 셔먼 전차, F-86 세이버 전투기 등 당시 실제 운용되었던 장비들을 통해 전쟁의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다.
 
▲ 칠곡 다부동전투기념관 외관. 경북(칠곡)=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6·25 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던 다부동전투기념관답게 대한민국과 자유세계를 지킨 인물들의 정신을 기리는 동상들이 세워졌다. 압도적 위상의 이승만 대통령과 트루먼 대통령의 동상은 6·25 전쟁 발발 직후 한미동맹을 이끌고 미군 참전을 결정해 공산화를 저지한 역사적 결단을 기념하며, 정전 70주년인 2023년 7월 27일 제막됐다. 이승만 대통령이 미군을 끌어들였고, 트루먼 대통령이 단 10초 만에 참전을 결정했다.
 
대구를 끝까지 지켜낸 구국경찰들의 충혼비도 같은 해 다부동에 처음으로 세워졌다. 조병옥 내무부 장관의 결단 아래, 경찰은 전쟁 중 대구를 사수하며 인천상륙작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한다. 다부동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동상도 시선을 끌어모았다.
 
▲ 다부동전투기념관 외부에는 전쟁 당시 사용됐던 무기가 실제 전시되어 있다. 경북(칠곡)=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다부동 전투는 한국전쟁의 분수령이었다. 1950년 8월, 북한군은 대구 북방 22km 지점인 다부동을 돌파하여 대구를 점령하려 했다. 당시 대구는 대한민국 임시 수도의 기능을 하고 있었기에, 다부동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최후의 방어선이었다. 북한군은 T-34 전차를 앞세워 3개 사단, 2만 명 이상의 병력을 이 지역에 집중 투입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맞서 국군과 유엔군은 수적, 물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이를 저지했다. 백선엽 장군이 이끌었던 국군 제1사단은 전원이 죽음을 각오하고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라!”라고 외치며 결사 항전했다. 무려 55일 동안 이어진 전투에서 국군은 3,400명의 전사자를 내면서도 끝내 다부동을 지켜냈다.
 
 
▲ (위에서 부터 아래로) 다부동 전투관 외부에 전시 된 이승만 대통령과 트루먼 미국 대통령 동상과 백선엽 장군 동상. 경북(칠곡)=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특히 1950년 8월 21일, 6·25 전쟁 최초의 전차전인 ‘볼링앨리 전투’가 이곳에서 벌어졌는데, 국군과 미군이 최초로 연합작전을 펼쳐 대구를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워커 미 8군 사령관의 지휘 아래 투입된 미 27연대는 국군 1사단과 함께 북한군의 공세를 저지하며 한미 신뢰의 기틀을 다졌다. 미군 존 마이켈리스 대령이 앞장선 이 전투는 북한군의 주력 부대를 궤멸시키고, 인천상륙작전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결정적 승리로 평가된다.
 
실제 다부동전투기념관에는 6·25 전쟁 당시 사용된 다양한 무기들이 전시돼 있다. 러시아산 T.T 권총을 비롯해 미군의 M1 소총, 칼빈 소총, 60㎜·81㎜ 박격포, 중국제 AK 소총, RPD 기관총, RPG-2 대전차 로켓 등 각국 무기가 전시됐다.
 
이들 무기 대부분은 다부동, 왜관, 오산, 인천 등 주요 전투에서 노획된 실제 전쟁 유물로, 전장의 긴박했던 순간을 생생히 전해주고 있었다.
 
역사의 현장에서 한미동맹의 가치를 느끼기 위해 다부동전투기념관을 찾은 한 관람객(대구·50대)은 “이승만·트루먼 두 분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거라 생각해 꼭 와보고 싶었다”며 “국경찰의 충혼비, 백선엽 장군의 동상을 보며 살아 있는 자유의 가치를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화령장, 민·군이 함께 쓴 '5일간의 기적'
 
75년 전, 북한군의 불법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은 한반도를 폐허로 만들었다. 그 혼돈의 시기에 경북 상주 화령 지역에서는 국군이 단독으로 거둔 첫 승리가 있었다. 국군 제17연대는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북한군을 격퇴하며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할 시간을 벌었다. 그 기적 같은 전투를 기념하는 공간이 바로 경북 상주 화령장전투전승기념관이다. 
 
▲ 경북 상주시 화서면, 평화로운 시골길을 따라 도착한 화령장전투전승기념관의 외관. 경북(상주)=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야외 전시장으로 나오면 당시 실제 사용됐던 헬기와 전차, 그리고 전투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총알 맞은 느티나무’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수령 138년, 전쟁의 포화를 견디며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는 느티나무는 화령장 전투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무수히 박힌 총알 자국과 포탄 파편의 흔적은 그 나무가 겪어냈던 고통을 말없이 보여주며, 동시에 굳건히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생명력은 희망과 평화를 상징한다.
 
화령 전투, 혹은 ‘5일간의 기적’이라 불리는 이 전투는 1950년 7월 17일부터 21일까지 경북 상주 화령 지역에서 벌어진 국군 제17연대와 북한군 제15사단 간의 전투다. 북한군은 화령장을 거쳐 낙동강으로 진출하려 했다. 병력·장비 모두 열세였음에도 국군 제17연대가 화령장 전투에서 승리하며 낙동강 방어선 구축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는데, 이 승리가 없었다면 한반도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 화령장전투관 외부와 내부 모습 종합. ▲ 경북 상주시 화서면, 평화로운 시골길을 따라 도착한 화령장전투전승기념관의 외관. 경북(상주)=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북한군은 전차 242대, 곡사포 242문 등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했으며, 전투기까지 동원해 국군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국군은 이 지역에서 북한군 600여 명을 사살하고, 50여 명을 포로로 붙잡는 대승을 거뒀다. 이는 숫자로만 보면 믿기 어려운 기적 같은 승리였다.
 
화령장 전투 덕분에 국군과 연합군은 한반도의 최후 방어선인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고, 이는 이후 9월 인천상륙작전으로 이어지는 전세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만약 화령장 전투에서 국군이 패배했다면, 북한군은 조기에 낙동강 방어선을 돌파했을 것이고, 인천상륙작전은 계획조차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화령장 전투의 승리는 전선의 안정화와 반격의 기회를 제공하며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 화령장전투전승기념관 외부에는 6.25 참전용사비와 월남 참전용사비가 설치됐다. ▲ 경북 상주시 화서면, 평화로운 시골길을 따라 도착한 화령장전투전승기념관의 외관. 경북(상주)=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기념관 2층으로 올라가면 6·25 전쟁의 흐름과 화령장 전투의 전개 과정을 모형과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3D 입체 영상으로 구현된 전투 장면은 당시 국군이 어떻게 계곡 지형을 이용해 북한군을 기습했는지 실감 나게 보여준다.
 
마치 그날의 전투 현장에 직접 서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관람객들은 국군의 뛰어난 전술과 용맹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심리전을 중심으로 한 삐라전 기획전시가 시선을 모았다.
 
▲ 6.25 전쟁 당시 북한, 중공, 한국, 민간에서 오고갔던 심리전단 '삐라'를 기획 전시한 전시장 모습 일부. ▲ 경북 상주시 화서면, 평화로운 시골길을 따라 도착한 화령장전투전승기념관의 외관. 경북(상주)=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기념관 곳곳에는 관람객들이 군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군장 체험 포토존도 마련돼 있었다. 아이들은 작은 군복을 입고, 부모들은 어색하게 군모를 눌러 쓰며 전쟁의 교훈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곳에서 만난 해설사는 “나라를 지키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 이곳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며 “화령장 전투관을 통해 화령장 전투 당시 주민의 제보, 북한군 전령의 생포, 지역 청년들의 정보 제공까지, 전투의 승리 과정 모두를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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