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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실 공사를 맡았던 한 인테리어 업체가 대통령경호처를 상대로 약 6억 원의 미지급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에 나섰다. 업체 측은 “국가기관의 신뢰를 믿고 계약서 없이 공사를 수행했지만, 돌아온 건 침묵 강요와 외면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호처는 법정에서 “계약서가 없으므로 대금을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동건 변호사(업체 법률대리인)는 “경호처가 발주한 대통령실 및 관저 관련 26건 중 22건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미수금은 약 5억 8600만 원”이라며 “부가가치세와 일반관리비만 포함된 순수 원가로, 마진은 제외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는 대통령실 본관과 관저, 경호처장 공관, 직원 관사, 삼청동 안가 등에서 공사를 진행했으며, 윤 전 대통령 관저 내 스크린골프장과 사우나, 구조 변경 작업에도 일부 참여했다. 전체 공사 26건 중 대금을 지급받은 것은 5건뿐이었다. 나머지 21건과 별도로 진행된 로고 작업, 관저·안가 공사 등에서 발생한 미지급 비용까지 합산하면 약 6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스크린골프장은 경호처의 요청으로 시공에 착수했지만, 중간에 현대건설이 투입되며 일부만 수행했고, 사우나와 구조 변경 공사의 원가는 약 3000만 원”이라고 밝혔다.
공사 진행 방식은 전례를 벗어났다. 업체 측은 “모든 공사가 서면 계약 없이 진행됐으며, ‘나중에 계약서를 작성하겠다’는 말을 믿고 공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또 “보안각서를 요구받고, 공사 내용을 외부에 알릴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삼청동 안가 공사와 관련해선 “긴 테이블과 팔걸이 없는 의자가 놓인 회의 겸 식사 공간이 있었고, ‘높은 분’의 동선 편의를 위해 설계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샹들리에 이전설이나 안가 내 ‘바 형태’ 개조 논란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하진 못했다”고 했다.
이 업체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사저 리모델링 공사를 맡았던 이력을 바탕으로 경호처와 인연을 맺었고, 이후 대통령실과 관저 공사에 연이어 투입됐다. 일부 공사는 현대건설이 중간에 참여했지만, 초반 발주는 모두 경호처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금이 지급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업체 측은 “경호처가 ‘예산 반영 후 지급하겠다’며 지급을 미뤘고, 이후 담당 실무 직원이 비위 혐의로 배제되면서 연락이 끊겼다”고 밝혔다. 해당 직원은 2023년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구속됐다.
결국 업체는 지난해 8월30일 경호처에 내용증명을 발송했고, 같은 해 11월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호처는 “계약이 없었기 때문에 지급 의무도 없고, 공사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청구 금액이 불분명하다”며 법적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업체 측은 “소송이 늦어진 건 보안각서로 인한 위축과 경호처의 소극적 대응, 내부 실무상의 어려움 때문”이라며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한 채 자비로 노무비와 자재비를 충당했고, 이로 인해 심각한 경영상 타격을 입었다”고 토로했다.
공사비는 업체의 이익을 배제한 순수 원가와 세금만 반영된 금액으로, 소송을 대리하는 이 변호사는 “취임식 전까지 공사를 마쳐야 한다는 경호처의 독촉에 따라 무리하게 공사를 수행했고, ‘국가가 돈을 떼먹을 리 없다’는 말을 믿었다”며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수년간 버티는 상황만 남았다”고 말했다.
골프장·사우나도 포함… “보안각서에 입도 막혀”
비위 배제 실무자, 끊긴 연락… 공사비 3년째 체불
“절대 권력 하도급 민간업체 책임 전가… ”
이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보안각서’다. 업체는 경호처로부터 대통령실 및 경호시설 공사와 관련해 철저한 비밀유지를 요구받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경고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업체는 미지급 사실조차 외부에 제대로 알릴 수 없었고, 소송 제기조차 2년 넘게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소송은 현재 1심 초기 단계이며, 업체는 대통령 집무실 공사 관련 별도의 소송도 병행 중이다. 다만 관저 내 스크린골프장, 삼청동 안가 리모델링 등 민감한 시설에 대한 공사비 청구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상태다. 보안각서의 위축 효과와 함께 또다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배경으로 경호처가 민간 업체를 사실상 압박했고, 계약서 없이 일을 시켜 놓고는 지금 와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것이 과거 군사독재 시절 기업을 길들이던 방식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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