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와인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오랜 일이 아니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 역사가 길다. 1652년에 유럽에서 포도가 들어와 재배되고 1659년부터 와인 생산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1972년 품종과 빈티지를 표시하는 원산지 표시제를 시작해 현재 80%의 와인이 원산지 표시를 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이 원산지 표시제가 좀 더 심화된 에스테이트(Estate)라는 용어로 규정되었다.
에스테이트 와인은 동일한 구역 내에서 생태학적 조건을 공유하는 한 구획 이상의 땅에서 나오는 와인이다. 품종을 표시하는 와인은 해당 포도 품종을 75% 이상 포함해야 한다.
남아공에는 매우 오래된 셀러나 와이너리가 많다. 남아공 와인을 보면 프랑스 론 스타일처럼 클래식하면서도 포도 품종별 특성을 잘 살린 뉴 월드 스타일이 공존한다. 남아공은 다양한 토질과 마이크로 기후 환경으로 인해 다양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남아공은 전 세계 와인 생산국 중 8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와인의 4%를 생산한다. 최근 과학적이고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면서 가볍고 신선한 테이블 와인을 주로 만들고 있다. 고급 와인 생산지는 모두 케이프타운을 중심으로 부채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남아공 국민의 80%가 맥주 애호가다. 와인의 대부분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와인 산업은 남아공 국내총생산(GDP)에 약 550억 랜드(약 4조 4700억 원)의 기여를 하고 있다. 남아공 국민 중 약 26만9000명의 인구가 와인 관련 산업에 종사한다.
고급 와인 산지 중 규모가 가장 작은 콘스탄시아는 1700년대 중반부터 뮈스카 품종 위주로 콘스탄시아라는 이름의 스위트 와인을 만들어 유럽 전역에서 유명세를 떨쳤다. 콘스탄시아는 나폴레옹이 가장 좋아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 프란슈후크 밸리, 팔, 스텔렌보쉬 등이 케이프타운을 에워싸고 있는 주요 와인 지역으로 지중해와 흡사한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남아공이 와인 하면 흔히 떠올리는 포도 품종으로 슈냉블랑이 있다. 슈냉블랑은 가장 인기 있는 화이트 품종이다. 남아공은 프랑스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슈냉블랑을 생산하며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 덕분에 풍미가 뛰어나다.
소비뇽블랑과 샤르도네로 만든 와인도 주목받고 있다. 남아공에서 80년대에 들여온 쇼비뇽블랑은 남아공의 기후와 잘 어우러져 좋은 품질의 와인이다. 남아공의 소비뇽 블랑은 드라이하면서 잔디향이 많이 느껴진다.
그 외에 라인 리슬링, 케이프 리슬링은 훌륭한 디저트 와인이다. 새롭게 주목받는 스파클링 와인은 전통적인 샴페인 양조 방식으로 생산한다. 소비뇽블랑과 슈냉블랑을 혼합하던 방식에서 차츰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를 섞는 스파클링 와인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가장 대중적인 것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Bernini)이다. 버니니는 달콤하고 가벼운 스타일로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좋아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다.
레드 와인은 피노누아와 생소를 교배한 남아공 고유 품종 피노타지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26년에 처음 개발되었으며 이 와인은 풀바디의 좋은 과실 향미와 스파이시한 특성을 잘 표현한다. 초기엔 짧은 숙성기간을 거쳐 출시했지만 요즘 장기 숙성을 통해 좀 더 풍미 있는 와인을 출시하고 있다.
그 외에 지금은 국제 품종인 쉬라즈를 비롯해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 피노누아, 진판델 등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생산한다.
남아공의 대표 와인 브랜드는 니더버그(Nederburg)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 취임식 때도 테이블에 올랐고 남아공 월드컵 공식 와인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구대륙과 신대륙의 조화가 이 와인의 특징이다. 만델라 대통령은 1994년 대통령 취임식에 ‘니더버그 매너하우스 카베르네 소비뇽’을 사용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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