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마을 품은 정육각, 부도 직전 회생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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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각·초록마을, 회생절차 개시
브릿지론·담보대출까지… 재무 부담 가중
“스타트업 M&A, 재무 레버리지 가장 경계해야”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7-08 12:27:42

▲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이달 4일부터 법원의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정육각

푸드테크 스타트업 정육각이 결국 법원의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유기농 슈퍼마켓 초록마을을 무리하게 인수한 뒤 자금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정육각이 초록마을을 매각하거나 M&A(인수·합병) 형태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4일부터 법원의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정육각은 재정비 기간을 두고 유통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초록마을은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 물류센터, 고객센터 등 핵심 사업 부문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 주말에도 전국 직영 매장 100%, 가맹 매장 95% 이상이 정상 영업했다고 밝혔다. 이는 법원이 포괄영업허가를 발부해 회생절차 중에도 영업을 중단 없이 지속할 수 있도록 보장했기 때문이다.

정육각이 초록마을을 인수한 지 불과 3년 만에 두 회사 모두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은 무리한 외형 확장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육각은 2022년 대상홀딩스로부터 초록마을을 인수하기 위해 약 900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 중 530억 원을 투자금과 보유 현금으로, 나머지 370억 원은 신한캐피탈의 브릿지론으로 마련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추가 투자 유치는 계획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고, 정육각의 지난해 말 보유 현금은 6600만 원에 불과했다.

재무 상황도 급격히 악화됐다. 정육각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56억 원으로 2022년(-282억 원), 2023년(-67억 원)에 비해 적자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손실 상태다. 초록마을 인수 직후에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해 2022년 270명이던 직원 수는 현재 100명 수준으로 축소됐다.

초록마을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영업손실은 2021년 41억 원, 2022년 82억 원, 2023년 86억 원, 지난해 72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맹점 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초록마을 가맹점은 2021년 314개에서 2023년 271개로 감소했다. 초록마을은 지난해 가맹점 수를 10%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역부족이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물류망이 핵심인 퀵커머스에서 경쟁력이 약했던 점을 주요 원인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급변한 이커머스 시장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품력은 인정받았지만 물류, 배송, 플랫폼 활성화 측면에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정육각은 앞으로 초록마을을 매각하거나 투자 유치를 통해 구조조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해 기업회생 신청 당시 점포 매각설을 부인했지만 결국 회생 인가 전 M&A를 선택했고, 명품 플랫폼 발란도 현재 같은 방식으로 투자자 물색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육각 역시 M&A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일부 점포 매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육각의 회생 과정이 향후 스타트업 M&A 시장에 어떤 여파를 남길지 주목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타트업이 무리하게 몸집을 키우는 M&A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재무적 레버리지”라며 “LBO(차입매수) 방식은 대기업조차 재무 건전성을 크게 훼손해 그룹 해체나 핵심 자산 매각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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