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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만사만감] 당신은 ‘피싱’에서 자유로운가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6-18 00:02:55
▲ 최문형 동양철학자‧작가‧성균관대 교수
SK텔레콤 고객 정보 유출로 큰 혼란에 빠진 것이 엊그제이다. 그 일로 정보와 해킹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경악스러운 것은 해킹은 매우 일상적인 일이었고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의 정보가 만천하에 공개되어 도매금으로 불법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왜 하필 대한민국인가. 곰곰 생각해 보니 이웃이 문제인 것 같다. 우리의 가까운 이웃인 북한과 중국이 유독 대한민국의 온갖 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음이다. 나라를 통째로 화성으로 옮길 수 없는 노릇이니 어쩌겠는가. 불가항력이니 마음 쓰리지만 일단 덮어 둘 수밖에.
 
보름 전인가, 학교 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내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는 용건이었다. 갱신할 카드가 없다는 기억에다가 마침 운전 중이어서 상세한 내용을 문자로 달라고 했더니 전화번호를 받아 적으라고 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그 번호로 연락을 하라는 것이다. 운전 중이니 메모를 할 수 없어 나중에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배달기사님은 나의 이름과 주소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순박한 그의 목소리가 생각나 도착 후 전화를 했는데 통화 중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그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서로 숨바꼭질을 한 것이다. 하지만 업무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당해 카드는 유효기간이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카드 발급을 사칭한 보이스 피싱이었다. 나는 운이 좋았던 것이다.
 
기술이 발달하니 범죄에 악용된다. 특히 보이스 피싱이 활개를 친다. 요즘에는 모르는 번호는 아예 받지 않는다. 여러 번 전화가 와서 받게 되어도 절대로 먼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내 음성이 AI 목소리로 도용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전문 변호사의 말을 듣게 되었는데, 보이스 피싱 조직이 현금 수송할 사람을 구할 때도 그럴 듯한 떡밥을 만들어 던진다고 한다. 경험 없어도 되고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광고이다. 그들은 아주 합법적인 일을 하는 양 위장한다고 한다. 여기에 걸려든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순진하게 이용당한다. 일당의 범죄가 드러날 경우 윗선은 무사하고 꼬리 격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쇠고랑을 찬다.
 
핸드폰에는 높은 이윤을 보장한다는 투자 문자가 수도 없이 날아든다. 함께 보낸 링크를 클릭하는 순간 인생의 모든 것을 털린다. 사기범이 노리는 것은 본능적이고 일상적인 인간의 욕망이다. 욕망이야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누구나 가진다.
 
알고 보면 사기 조직이 하는 짓은 아주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것이다. 사람들이 숲에 동물을 포획하는 덫을 놓는 것을 상기해 보자. 그 덫에는 잡고자 하는 동물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놓여 있다. 인도네시아와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한때 원숭이 골 요리가 별식으로 선호되었다. 그래서 포획자는 원숭이를 잡을 때 욕망을 활용한다.
 
작은 항아리를 땅에 고정시키고 원숭이가 가장 좋아하는 바나나를 넣어 둔다. 원숭이는 당연히 바나나를 가지려고 항아리에 손을 넣는다. 하지만 바나나를 움켜쥐면 손이 빠져나오질 않는다. 빈손만이 나올 수 있다. 그래도 바나나를 욕망하는 원숭이는 끝까지 바나나를 꺼내려고 시도한다. 결국 원숭이는 욕망으로 인해 골을 바친다.
 
통신사 정보 유출은 우리의 저항 범위를 벗어나지만 보이스 피싱은 그렇지 않다. 문자 그대로 피싱이므로 떡밥만 물지 않으면 된다. 문제는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좋은 조건에 마음이 혹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인생의 몇 번 안 되는 행운이라 여겨지는 제의에 가슴이 뛰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이런 인간 심리를 간파하는 범죄 조직의 영악함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인간 세상에서 피싱은 근절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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