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ADC)는 항암제 개발 열기가 가장 뜨거운 분야 중 하나이다.
다소 복잡한 용어 같아 보이지만 항체는 단백질로 만든 생물학적 제제이고 약물은 흔히 말하는 화학요법제로, 항체약물접합체는 이를 결합시켜 놓은 치료제다.
구성 요소중 하나인 항체치료제는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결합해 성장을 억제하고 사멸을 유도한다. 통상 표적항암제로 불리는 치료제의 하나다. 화학요법은 몸 전체에 영향을 줘서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도 공격하기 때문에 탈모나 백혈구 감소 등 다양한 부작용이 수반된다.
일반인들이나 암환자, 그 가족 모두 오래된 항암요법인 화학요법제 방식보다는 생물학적제제를 쓰는 것이 최신 치료법이고 효과 또한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생사가 달린 상황에서 치료법의 우열을 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진중한 신약 개발자들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성격이 전혀 다른 신구 물질을 정교하게 접합시켜 화학요법의 부작용 걱정은 줄이면서 암세포를 정확하게 찾아가 강력한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한 대학교수는 ADC가 갖고 있는 암세포만 콕 집어 사멸시키는 특성을 강조해 유도미사일에 비유하기도 한다. 항체가 화학제제를 싣고 항원을 갖고 있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역할을 하고, 암세포에 도착한 이후에는 화학요법의 독성이 종양세포에만 집중되도록 고안된 기전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가 있다. 암종을 불문하고 고형암 적응증까지 확보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면서 제약업계의 관심이 더 높아졌고 이후 다양한 항원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화학요법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가 이전 세대 치료법인 화학요법과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ADC는 매우 독특하고 혁신적인 존재다.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요법을 통해 더욱 강력한 치료 효과를 보이며 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대립의 시대에 보수와 진보는 서로를 암적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념 갈등이 극심해졌다. 서로 다름에 대해 반드시 대립해야만 하거나 한쪽은 제거되어야 한다는 위험스러운 접근 방식이 유일한 해법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대립 만이 살길이라는 듯 선동 구호가 넘쳐난다.
ADC의 등장으로 암환자를 위해 부작용 많은 화학요법제를 버리고 1차 치료제로 생물학적 제제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치료접근법에 대한 주장 역시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로 바뀌었다. 오래된 화학요법제를 버리지 않고 오히려 항체라는 새로운 전달 수단과 결합시켜 지금까지 치료가 어려웠던 암이라는 질병에 대해 더 강력한 효과를 내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 발상이 아름다운 건 재정적 이유로 화학요법이 불가피하다거나 생물학적제제만이 암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고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각각의 부족한 점을 채우는 새로운 조합을 통해 암환자의 생명을 드라마틱하게 연장하게 됐다.
ADC는 사실 항체와 약물보다 이들을 이어 주는 링커가 핵심이다. 연결고리가 없었다면 ADC는 개발 자체가 불가능했고 암환자에게 생명 연장의 희망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진보와 보수, 이념적 대척점에 있는 존재들을 이어 주는 ‘링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쪽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장점과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낼 수 있길 희망한다.
오래된 방식이라 여겨지는 것에서도 혁신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음을 ADC가 보여주듯,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접근법을 포용하는 지혜가 모아지길 기대한다.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 우리는 비로소 분열과 대립을 넘어 더욱 강력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고단했던 이념 갈등 속에서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그런 링커의 역할을 자임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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