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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체인 가계·기업·정부의 부채가 국가 경제의 큰 짐으로 대두됐다. 누구보다 정부가 앞장서 나랏빚 관리에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겠다. 국가부채가 미국의 2.5배 속도로 늘어나면서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00년 9월 말부터 2024년 9월 말까지 24년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앙·지방정부 부채 비율은 9%에서 45.3%로 5배 증가했다. 중앙·지방정부의 부채와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까지 합산한 국제통화기금(IMF)의 부채 통계를 보더라도 2001년 말 16.6%였던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올해 54.4%를 기록한 후 2030년 59.2%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됐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증가를 이유로 신용평가회사들이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미국보다 증가 속도가 2배 이상 빠르다. 같은 기간 미국의 정부 부채비율은 51.1%에서 107.4%로 2.1배 늘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지난해 말 국가부채는 2198조 원이다. 국가부채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빚의 총량으로, 중앙정부와 지방·교육 자치단체 부채 등 공식 국가부채에 공공기관 부채, 공무원과 군인 등 연금충당 부채를 더한 것이다. 국가부채는 국민총생산(GDP) 대비 114.5%에 달한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불 보듯 훤하다.
문제는 앞으로의 추이다. 35개 선진국의 부채 비율은 2020년 82.8%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81.1%, 올해 77.1%로 정상화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20년 48.7%, 지난해 51.3%, 올해 54.1%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IMF는 한국 정부의 부채비율이 윤석열정부 마지막 해인 2027년에 57.7%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재정을 긴축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대전환했음에도 저출생·고령화 심화로 부채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회예산정책처는 각각 2060년 국가채무 비율이 144.8%, 161.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규모 대비 나랏빚 비율이 28년 뒤 지금의 3배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들이다.
재정건전성이 심하게 악화되면서 우리의 국고채 가격도 하락하면서 은행 부실화까지 우려되고 있다. KDI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고채 잔액의 40%를 보유하고 총자산의 10%를 국채에 투자한 국내 은행은 국채 가격 하락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유럽의 재정위기 당시 그리스 등의 은행권에서 보유한 국채가 4% 수준이었음에도 재정 악화가 금융권의 연쇄 충격으로 나타난 바 있는데 우리나라는 2.5배에 이르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한국은행의 ‘1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28조7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가계대출 부담도 상당하다. 기업 부채도 2800조 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부채의 상당 부분이 중소기업이 일으킨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한국의 작년 말 가계·기업·정부를 합한 총부채는 7000조 원으로 집계됐다. 국가 총부채는 2013년 1분기에 처음으로 3000조 원을 넘었는데, 이후 빚이 2배가 넘는 데 11년도 걸리지 않았다.
정부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기울거나 흔들리지 말고, 재정건전성 확보 차원의 플랜B 등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특히 국회는 가계빚 경감 대책은 물론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이하로 유지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3% 이하로 묶어 재정건전화 마지노선을 유지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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