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대재앙이 시작됐다. 수세기 안에 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대한민국이 꼽히고 있다. 이유는 출생률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초저출생률에 대해 해외에서도 우려가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심각한 저출생 실태와 대응 방안을 담은 책자를 발간했다. OECD는 ‘한국의 태어나지 않은 미래: 저출산 추세 이해’라는 제목의 책자에서 한국의 2024년 기준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0.75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OECD는 현재 수준의 출생률이 유지될 경우 향후 60년 동안 한국의 인구가 절반으로 감소하고, 2082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58%가 65세 이상의 노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도 약 120년 후에는 한국의 인구가 1000만 명으로 급속히 줄어, 2750년에는 ‘한국인’이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고 분석해 충격을 준 바 있다. 저출생·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이 차갑게 식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인구가 4000만 명이 넘는 나라 중에서 한국의 어린이(0∼14세) 인구 비율이 가장 낮다는 사실 또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의 유소년 인구 비율은 올해 10.2%, 내년 9.7% 등 갈수록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역대 정부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쏟아부은 예산이 별무효과라는 사실이다. 2006∼23년 17년간 공식적으로 투입한 저출생 예산만 280조 원에 이른다. 정부는 2024년부터 5년간 30조 원을 더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2018년을 기점으로 1명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의 출산과 유아를 지원하는 정책보다는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과 직장 내 성희롱 대응 등 적합성이 떨어지는 사업들도 저출생 극복 예산으로 포장됐다.
왜 출생률이 점점 감소하는가. OECD는 그 원인으로 높은 사교육비와 주택비용 상승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와 대학 서열화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장시간의 근로, 근무 시간 및 장소의 유연성 부족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점도 출생률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가사 부담과 혼외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도 출생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았다.
지금은 제21대 대통령선거 기간이다. 후보들은 우리나라 출생률 급락을 멈추게 하기 위한 ‘가족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길 바란다. 예컨대 육아휴직 소득 대체율(80%)은 OECD 국가 중 높은 수준이지만, 지급 상한액(2024년 기준 150만 원)이 평균 임금의 46%로 스웨덴(95%)·노르웨이(124%)· 프랑스(82%)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보육 서비스의 경우 운영 시간을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과 더욱 일치시키고, 직장 내 보육 시설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여성 고용 확대 또한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61%로 주요 선진국의 70%대에 비해 낮다.
세계 최저 출생률은 노동력 감소, 경제 성장 둔화, 복지 시스템 부담 증가 등 여러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고용 정책 전환 또한 요청된다. 실질적인 근무 수명 연장의 필요성이 있다. 통계청 조사(2023년)에 따르면 55∼79세의 70%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으나 이들의 평균 은퇴 연령은 52.7세였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단기적인 출산 장려책이 아니라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사회 전반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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