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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권의 위기관리]
국가재난대응체계 근본부터 개혁하자
정찬권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2-15 15:00:58
 
▲ 정찬권 숭실대 대학원 겸임교수·前국가위기관리학회장
온 나라를 비통과 회한 그리고 자책의 늪에 빠지게 했던 이태원 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부는 사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수사와 범정부재난관리개편 태스크포스(TF) 발족 그리고 여야 국정조사 합의 등을 통해 사고 수습에 전념하는 형국이다. 국민은 기대 속에서도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사고 당시 내놓은 미봉책의 데자뷔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회의를 위한 회의에 문패만 바꿔 다는 대책에 국민은 이골이 났다. 세월호 사고 후 청와대 등에서 안전관련 회의는 50회 했고, 8년간 9번의 진상조사에도 침몰 원인을 결론내지 못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 국가재난대응체계 전반을 성찰하고 내재된 구조적·비구조적 부조리의 최우선적 해소와 신규 개편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까닭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혁신은 기득권과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고 저항은 숙명적이다.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재난개편 TF의 초기대응 시스템, 예방 중심 과학기반 재난관리, 신종·대형 복합재난 대응 역량 강화 등 과제 추진이 요구된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실효적인 개선책 마련에 힘을 보태는 맥락에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안전의 가치와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 한국의 압축 경제성장 정책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반면 안전경영은 도외시해 왔다. 인간의 존엄과 생명 존중은 한낱 배부른 소리로 치부되었고, 안전 불감증은 우리 사회 고질병으로 똬리를 틀었다. 끊임없는 산업재해와 재난안전사고로 인한 기회비용 증가는 국가와 기업의 성장 동력을 갉아 먹는 암적 존재로 작용된 지 오래다. 재난관리체계 개편에서 안전의 가치와 철학 정립은 혼을 불어 넣는 일과 같다.
 
둘째, 불가능한 방재(防災) 개념의 사슬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일상이 된 데이터·인공지능(AI)·드론 등의 활용은 재난관리 효율성을 높여 주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분별하고 비현실적인 용어 존재로 안전경시문화 확산과 안전 외면의 공동정범을 양산하고 있다
 
그간 주술처럼 되뇌어 온 방재 개념에 매달려 이득보다 그 폐해가 시지프스의 형벌이 되어 재난관리체계 발전만 가로막아 왔다. 재난개편 TF가 감재(減災) 개념 수용 없이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될 우려가 크다.
 
셋째, 국가재난대응 컨트롤 타워 기능 재조정이다. 대통령실 재난대응 기능은 국정상황실이 아닌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관장하고 재난안전비서관도 두어야 한다
 
또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역할 중복으로 인한 부작용, 재난 대응 시 중수본의 중대본 보좌기구화 전락 그리고 외교·원안위원회·행안부 장관의 중대본부장과 중수본부장 겸직 현상 등 부조리를 없애야 한다
 
향후 중대본은 ‘(가칭)중앙재난사고수습본부(국무총리)’, 중수본은 ‘(가칭)중앙재난사고대책본부로 변경해 역할 기능 재조정이 필요하다. 지역대책본부의 초기대응 책임과 의무 부여, 서울정부청사 재난상황실을 국무조정실로 넘겨 총리의 재난정보 공유와 의사 결정을 지원하게 해야 한다.
 
넷째, 재난현장 기관의 상황보고 대상 축소다. 재난이 발생한 기관에서 상황보고 할 대상기관 과다는 신속한 현장 대응을 가로막는 주요인이다. 재난 현장에서 보고하는 대상은 관할 기초·광역단체, 유관기관, 업무소관 부처, 행안부, 대통령실 등 10개 이상이다. 상황보고는 1차 상급기관과 지자체·소방·경찰 등 필수기관에 한정하고, 지대본의 중대본 보고도 폐지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자체로 대폭 위임해 1차 대응기관의 책임성·자율성·독립성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난관리 전문기관인 ‘(가칭)국민안전부창설이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재난전문기관 설치 필요성에 국민안전처를 창설하고 청와대 재난안전비선관을 신설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을 정치 자양분 삼아 집권한 문재인 정권은 국민안전처를 해체하고 재난안전비서관을 5년 내내 공석으로 두었다
 
이태원 참사 대응 시 행안부·경찰, 소방·경찰 간 정보공유 채널 단절과 행안부 재난관리본부 간부가 재난업무 무경험자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문조직의 안정성과 지속성 유지는 생명과 다름없다.
 
안전문화 정착과 성숙한 민관협력을 위해서는 중장기 전략과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다. 국가위기관리체계는 위험 대상·국가역량·대외관계·정치지도자 리더십 등에 의해 결정된다. 그 동안 재난조직의 오므렸다 폈다 한 시행착오 반복은 재난에 대한 대응이 정치적 입김에 묻혀 버린 소치다. 재난을 이해관계에 따라 각색하고 집착해 갈등하는 우리 사회의 병폐 해소 없인 재난관리체계 개선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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