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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APEC 회원국이 아니나, 최근 관례에 따라 의장국이 비회원국을 초청해 비공식 대화를 여는 사례에 주목한 움직임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4일 “북한은 APEC 회원이 아니므로 원칙상 참석 대상이 아니지만, 의장국 재량에 따라 비회원 초청이 가능하다”며 “초청 여부는 APEC 기본 취지, 올해 주제 및 초청국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APEC 내부에서 북한 초청을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며 조심스러운 입장도 덧붙였다.
이번 검토는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닌, 향후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보당국과 외교 라인, 청와대 외교안보라인까지 김 위원장 초청을 둘러싼 가능성을 타진하며 본격적인 실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은 6·3 대선 이전부터 이재명 당시 후보에게 “APEC 정상회의가 남·북·미·중 정상회담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구상을 보고했다. 이후 국정원은 김 위원장 초청 여건과 국제적 반응을 수집하며 초청 실현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해왔다.
정부는 이와 맞물려 최근 대북 라디오방송 송출 중단과 같은 유화 조치를 취하며, 긴장 고조보다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무의미한 대북 방송이나 전단보다 나아지는 남북관계에 발맞춘 행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 초청 논의는 통일부 라인에서도 제기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APEC이 한반도 평화의 테이블이 된다면 얼마나 경사스러운 일인가. 그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 북한을 옵서버 자격으로 초청하려다 무산됐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어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현 국정원장도 자신의 저서에서 APEC 계기 북미대화의 단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을 언급한 바 있다.
만약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위원장, 이재명 대통령이 모두 경주에 모이게 된다면, 이번 APEC은 평창올림픽을 넘어서는 ‘세기의 외교 이벤트’로 기록될 수 있다. 북한 역시 2018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평창에 파견하며, 이후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외교 흐름을 선도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그림은 이상적이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신중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북미 간 정치적 조건과 명분 조율이 먼저 이뤄져야 하며, 북한이 다자 외교에 나선 전례가 없다는 점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참여는 더욱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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