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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방송하라(Broadcast yourself).” 20년 전 2월 유튜브가 등장했을 때의 캐치프레이즈였다. 그때 아이들 장난처럼 보이던 유튜브가 지금은 구글을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빅테크 기업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 됐다.
지금 젊은이들의 꿈은 유튜버 또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다. 이들은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의 소셜미디어, 즉 1인 미디어를 통해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 필적하는 영향력과 수입을 얻는 수퍼파워 개인이 되기도 한다. 유튜브의 상상을 초월한 대성공은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의 몰락을 재촉했고, 역으로 레거시 미디어의 쇠퇴가 유튜브의 성공 요인이기도 했다.
레거시 미디어는 왜 몰락하는가. 영향력과 제작 툴을 독점하던 구조는 폐쇄적이었다. 특히 전파를 독점적으로 사용한 방송국들이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대우받고 그만큼 역할도 막중했던 시절이 있었다. 젊은이들의 장래 희망은 방송인·언론인이 되는 거였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다른 사람이 생산해 낸 정보를 소비하는 시대였다. 소비자는 수동적·피동적 존재여야 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누구나 자신의 미디어를 소유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타났다. 누구나 원하면 미디어를 소유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창조하게 했다.
그리고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의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로 디지털 시대 개막 선언이 나오면서 세상은 다른 구조로 변했다. 남이 생산해 주는, 타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 아니라 내가 직관하고 실감한 것을 남에게 보여주는 세계가 열린 것이다.
남이 가짜 뉴스를 만든다고 욕하고 화내는 것보다 스스로 플레이어가 되어 그에 대한 안티 테제를 만들어 보여줌으로써 더 효과적이고 확실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유튜브는 그 선발 주자 중 하나다.
그런데 우리 기성 사회에서는 유튜브를 적대시하고 백안시하는 시선이 강하다.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자신들만의 제국에서 온갖 권력과 부와 명예를 독점하다가 이들로 인해 그 독점적 지위를 상실한 데 대한 질투와 시기로 비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튜브는 가짜 뉴스와 음모론의 온상으로 온갖 저주와 손가락질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전혀 틀린 말만은 아니다. 그런 행태를 보이고 그런 역할을 하는 이용자들은 적지 않다. 그 비난은 역시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유튜브를 비난만 한다면 그는 영원히 디지털 원시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편이 현명하다. 또, 열심히 하는 자도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자연인이다’의 주인공들처럼 산속에서 혼자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사회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는 편이 낫다. 그 세상에서는 남이 무엇을 해 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행하고 답을 찾는 편이 더 지혜롭다.
지금은 이른바 인터랙티브·멀티액티브 소통의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은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무서운 미디어다. 사실과 진실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무기가 손안에 하나씩 있는 것이다. 1인 미디어 시대는 오래전 열렸다.
디지털 시대는 이미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AI)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고도 남는 수준에 이르렀다. 심지어 로봇과의 섹스가 가능한 시대도 오느냐는 다소 당황스러운 질문에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공포스러운 답변을 내놓는다.
디지털 시대와 모바일 시대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초연결 시대에 맞게 적응하지 않으면 고립되고 무지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젊은 세대, 그리고 미래 세대와 연결되고 소통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연결은 연대다. 우리에게는 진짜 연대가 필요하다. 50대는 검색할 때 네이버를, 40대는 구글을, 20·30은 유튜브를 이용한다고 한다.
유튜브는 정보의 바다이고 인간 개체수 만큼의 소우주도 될 수 있다. 거기엔 가짜 뉴스와 음모론만 사는 것이 아니다. 모든 레거시 미디어들이 참여하고 있고, 수많은 자기 영역의 고수와 전문가들이 각자의 채널을 열고 새로운 정보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미디어 자체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중립적 존재다.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자신과 세상을 위한 보호 무기를 만들 것인지 흉기를 만들 것인지는 이용자인 우리에게 달렸다.
디지털 프리미티브(원시인)로 살 것인가, 아니면 디지털 네이티브(원주민)로 살 것인가. 답은 이미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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