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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포격하자 국제 유가가 요동쳤다.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세계 경제가 오일 쇼크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미국 B-2 스텔스 폭격기가 대규모 관통 폭탄(벙커버스터)으로 이란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을 폭격한 22일(현지시각) 이란 의회는 중동 석유 수송의 중심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석유 해상 운송량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형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해로는 대부분 이란 영해를 거쳐야 하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세계 경제에 오일 쇼크를 일으킬 악재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의결 소식에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23일 7시30분(한국시각) 기준으로 3.36% 오른 배럴당 76.32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도 3.27% 오른 79.49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된다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경우 미국의 연말 물가 상승률이 6%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폭등과 인플레이션으로 세계 경제가 공황에 빠질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에 중국도 긴장하고 있다. 중국은 이란산 수출 원유 가운데 약 90%를 소비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중국은 원유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산유국이지만 이란산 석유를 수입하지 못하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 공장이 제때 가동되지 못하면 세계 각국의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도 수입 원유 가운데 71%나 중동에서 가져온다. 중동산 석유는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기에 한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석유 비축분은 약 7개월치라고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이형일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22일 “국제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관계 기관이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국제에너지 가격 및 수급 상황을 밀착 점검 대응할 필요가 있다”도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남호 2차관 주재로 비상대응반을 가동해서 석유와 가스 수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정부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노린 불공정 거래를 엄단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지만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에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만히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란과 전쟁이 길어지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무산되더라도 세계 경제에 한파가 닥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아직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에 갇혔다는 보고는 없다”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에 협조하며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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