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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은 걱정하면서도 정작 출산 가능 세대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정책은 멈춰 있다. 현재 무료로 맞을 수 있는 백신은 가다실4가 뿐이며(남성 제외) 가다실9가는 전액 부담이다.
16일 스카이데일리가 질병청에 문의한 결과 현재 NIP에는 가다실4가만 포함돼 있으며 가다실9가는 비용 부담으로 도입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령에 따르면 정부는 HPV 예방을 위해 12세 이상 17세 이하인 여성 청소년과 18세 이상 26세 이하인 저소득층 여성에게만 국가필수예방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무료 접종 가능한 백신은 가다실4가다. 가다실9가는 무료 접종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가다실4가는 4개 유형(6, 11, 16, 18형)만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으로 자궁경부암과 생식기 사마귀의 주요 원인 바이러스 일부에 한정된 예방효과를 가진다. 반면 가다실9가는 4가 백신이 포함한 유형 외에 고위험군 바이러스 5종(31, 33, 45, 52, 58형)을 추가로 차단해 자궁경부암 예방 범위가 약 90%까지 확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가다실9가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1회당 약 15만~25만 원 수준이며 3회 접종 시 최대 10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개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주요 OECD 국가가 9가 백신을 무료 접종하는 상황과 비교하면 상당히 뒤처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HPV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감염되고 암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되는데도 정부의 국가예방접종사업은 성별 소득 나이 기준으로 접종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HPV로 유발되는 암 환자 수는 2019년 46만여 명에서 2023년 52만 명을 넘어섰고 해당 진료비는 4년간 30% 넘게 증가(6228억→8179억 원)했다.
전문가들은 초경 이전이나 성경험 전 접종이 가장 효과적인데 만 12세 여성만 무료 접종을 지원하는 건 과학이 아닌 행정 기준이다. 모든 성별과 연령에 걸쳐 보편적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질병 부담 늘고 있는데 예방접종 예산은 오히려 줄고 있다. 2025년 질병관리청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예방접종사업 예산은 전년도보다 3600억원 가량 감액(1조2698)됐다.
보편적 HPV 백신 무료 접종 확대를 위한 법적 움직임도 재개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12일, 소득·성별과 무관하게 12세 이상 26세 이하 국민 모두에게 예방접종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2026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처럼 소득에 따라 일부 여성만 지원하는 차별적 구조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앞서 질병청은 2024년까지 백신 도입 우선순위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HPV 백신을 도입 우선순위 3위로 지정한 바 있다. 이는 정책 의지는 있지만 예산 미확보로 수년째 미뤄져 온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성 경험 이전 접종의 효과가 크기 때문에 현재는 여학생을 우선 지원하고 있지만 남학생 포함 전체 확대를 위한 연구는 이미 완료된 상태다”며 “새 정부도 관련 공약을 걸었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고 관련 용역을 준비하고 있어 예산만 확보되면 2026년 검토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가격이 높은 가다실9가는 예산 부담이 있어 확대에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며 “새로운 백신을 들여오는 가격이니까 현 상황에서는 4가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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