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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목의 CEO 전략] ‘분노’라는 드래곤 길들이기
최송목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6-13 00:02:55
▲ 최송목 작가·칼럼니스트·미래경영컨설팅 대표
일상에서 사소하게 화를 내거나 짜증내는 일은 흔하다. 개인주의화로 감정이 예민해지고 바쁘다 보니 감정의 자극점이 낮아져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뇌과학적으로 이를 편도체 과열이라 부른다. 편도체는 동물이 위험에 처했을 때 대응하는 개체 보존의 본능적 기관이다. 하지만 별일도 아닌데 쉽게 과열하니 문제다.
 
우리는 왜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잘 내는 걸까. 강영진의 갈등 해결의 지혜’에 의하면 그 이유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다
 
첫째, 이미 다른 일로 화가 나 있다가 폭발하는 경우다. 화난 상태에서 길 가다가 돌부리에 발이 걸리면 괜히 욕을 하며 냅다 걷어차는 것과 같다. 화는 대개 화나게 한 당사자에게 표출하지만 여건상 그러지 못할 경우 엉뚱한 대상을 찾게 되는 속성이 있다.
 
둘째, 다른 사람 눈에는 사소한 것 같아도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다. 제삼자 입장에선 뭘 그런 걸 갖고라며 대수롭지 않게 치부할 수 있지만 듣는 당사자가 모욕감이나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거나, 그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면 심각해진다.
 
셋째, 누가 봐도 사소한 일로 자주 짜증이나 화를 내는 경우다. 심각한 욕구불만이나 성질이 까칠해서 그러거나 신경쇠약 등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그렇다면 이런 분노를 어떻게 다루는 게 좋을까. 
 
누적 매출 16억 달러를 돌파한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가 실사영화로 만들어져 최근 개봉되었다. 인간을 약탈하고 공격하는 드래곤과 수백 년 동안 전쟁 중인 바이킹족. 그러나 주인공 히컵은 드래곤은 죽여야 한다는 바이킹족의 불문율을 깨고 드래곤 투슬리스와 우정을 나누고 공존을 꿈꾼다. 우리들 몸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분노가 어차피 존재하고 제거할 수 없는 드래곤 같은 거라면 피하지 말고 차라리 그 감정을 인정하고 공존하면서 잘 길들이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인간은 전쟁을 꺼리면서도 전쟁을 계속해 왔다. 분노도 그 촉발 원인 중 하나다. 손자병법에서는 “군주는 분노에 군사를 일으키지 않아야 하고장수는 성난다고 하여 전투를 해서는 안 된다(主不可以怒而興師將不可以慍而致戰)는 말로 지도자의 분노를 경계하고 있다. 철저한 계산과 전략으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게 전쟁인데, 하물며 분노가 개입하면 재앙이다.
 
사업에서는 분노를 어떻게 다루는 게 좋을까. 경영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 중 하나가 그의 할머니이다. 그녀는 2개 층 임대를 준 치과의사와 심한 말다툼을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그 치과에 치료하러 다녔다고 한다. 임대차 거래 관계와 치료 능력은 무관하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감정은 좋지 않지만 분노와 거래를 분리하여 거래 조건이 좋다면 계속 거래하는 것이다. 말은 맞는 말이지만 막상 실천하기에는 어려운 행동이다. 그런 할머니의 손자니까 경영의 구루가 된 게 아닐까.
 
가정에서 화 다루는 법도 생각해 보자. 그 한 가지로 하루이틀 정도 분노를 묵혀두는 방법이 있다. 예컨대, 부부 간 사소한 말다툼으로 감정은 상했지만 이튿날 말없이 아침상을 차려 준다거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저녁 부부모임에 동행하는 등 생활 루틴을 평소처럼 유지하는 것이다. 10년 이상 함께 살아왔다면 아마도 이런 조용한 분노 하루 묵혀두기’를 경험한 부부가 적잖을 것이다. 부부니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옛 명언들은 한결같이 분노의 속도 조절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로 그 결과에 대해서도 기대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손자병법에서는 “분노는 다시 희소식이 될 수 있고 성냄은 다시 즐거움이 될 수 있다(怒可以復喜 慍可以復悅)”고 했고, 성경에서도 “통찰력이 있는 사람은 화내기를 더디 한다”고 했다.
 
분노는 드래곤같이 두려운 존재이지만 한편으로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계란과 같기도 하다. 자제력을 잃고 함부로 날뛰게 놔두면 쉽게 깨진다. 내 계란 하나가 깨지면 나로 한정되지만, 타인의 것을 깨뜨리면 수습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리더는 여러 개의 계란에 둘러싸인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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