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전체 닭고기 수입량의 88%를 차지하는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금지됐다. 브라질산 닭고기를 수입해 관련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치킨 유통 업체들은 수급에 비상에 걸렸다. 이에 따라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브라질산 종란(병아리 생산용 계란)·식용란·초생추(병아리)·닭고기 등 가금육의 국내 수입을 15일 선적분부터 전면 금지했다.
브라질 농림축산부는 16일(현지시간) 히우그란지두술주(州) 몬치네그루 지역 한 상업용 가금류 사육 시설에서 병원성 인플루엔자(HPAI)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히우그란지두술은 산타카타리나·파라나주(州)와 함께 브라질 닭고기 전체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브라질의 상업용 양계 시설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브라질은 닭고기 세계 1위 수출국이자 2위 생산국(1위는 미국·이상 브라질 농림축산부 발표 기준)이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은 전 세계 닭고기 생산량의 14%를 차지한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 역시 작년 전체 닭고기 수입량 5만1147t 중 88%에 달하는 4만5211t의 닭고기를 브라질에서 들여왔다.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중단되자 치킨 판매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는 외식업체는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브라질산 닭고기 가격은 국내산보다 절반 또는 3분의 1 정도 저렴하다.
업계에선 아직 수입 중단 초기 단계인 만큼 대응이 가능하지만 기간이 길어질 경우 수급이 꼬일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브라질산 수입 중단과 관련해)이번주 협력사 측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치킨 판매를 일시 중단하거나 대체 공급처를 찾아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이제 초기 단계인 만큼 공급 이슈 및 가격 인상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수입 냉동육은 비축 물량을 어느정도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나온다.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국내산 닭을 사용하고 있어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BHC 관계자는 “과거 조류독감으로 국내산 순살 원료육 수급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했던 시기에 일시적으로 불가피하게 일부 순살 메뉴에 한해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했다”며 “이후 빠르게 국내산으로 전환해 현재까지는 전량 국내산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BQ도 대다수 메뉴를 국내산 닭고기로 만든다고 강조했다. 교촌치킨은 국내산과 태국산 닭고기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작년 겨울부터 이어진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과 이상기온 등으로 국내산 닭고기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산까지 차질을 빚자 가격 인상 도미노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교촌치킨·굽네치킨 등 일부 치킨업체들은 국내산 순살육이나 날개·다리 같은 부분육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수입 중단에 따라 일부 수요가 국내산으로 전환하면 공급 부족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국내 닭고기 수입량 대부분이 브라질산이어서 브라질산 닭고기를 쓰는 브랜드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며 “브라질산 냉동육에 의존하던 업체들은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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