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사회 公賊의 권력 탐닉 다시는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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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정치사회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11 00:02:40

△무식한 사람이 전문직에 앉아 있는 경우 △무식한 사람이 소신을 갖고 있는 경우 △무식한 사람이 부지런한 경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였던 이면우 박사는 그의 저서 ‘신사고 이론 20’에서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사회 공적(公賊)을 이처럼 분류했다.

그는 사회 공적의 특징으로 명문대를 졸업하고 사회적 지위를 획득한 점도 지적했다.

식견이 부족한 사람이 야망과 소신을 갖고 부지런하기까지 하다면, 특히 그가 전문직이거나 직장에서 간부이거나 더 나아가 국가지도자라면 그가 향후 사회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지적이다. 이 교수는 “사회 공적 부류들의 행태는 지존파보다 더 악독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정치권력도 마찬가지다. 정치의 근본인 ‘민주·민생·성장’에 대한 국가 비전과 식견을 갖추지 못한 정치권력이 그들만의 ‘폐쇄적인 소신’을 갖는다면 이보다 더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식견 없는 폐쇄적 소신’은 절대 권력을 필요로 하게 되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교수의 말처럼 사회 공적화된 정치권력은 지존파를 넘어 그 어떤 거악보다 더 악독해질 수 있다.

우리는 지난 3년간 ‘사적 감정에 의한 국정 운영’ ‘무속에 의한 소통과 철학의 붕괴’ ‘아스팔트 교주의 극단적 정치 개입’이 어떻게 나라를 단시간에 망가뜨릴 수 있는지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정치적 철학도, 합리적 식견도, 인간에 대한 예의도 갖추지 못한 자들이 ‘이너 서클’로 똘똘 뭉쳐 벌인 정치 활극은 권력 유지를 위한 극단적인 소모전, 파괴적인 정치 대립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12·3 계엄 사태로 정점을 찍었다.

‘왕권신수설’이 화두로 등장하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천자’ 통치가 횡행하는 사이 대한민국의 경제는 한없이 추락했고, 안보는 밤낮없이 흔들렸다.

보수와 진보의 가치 대립은 사라지고 극우(極右)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했다. 나아가 민족의 정통성과 자유 대한의 정당성까지 부정하는 광경을 목도해야 했다. 우리가 겪어 온 지난 3년, 사회 공적들이 지배한 세상은 이처럼 참담했다.

3일 대통령 선거에 이어 대한민국에 새 정부가 들어섰다. 국민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사회를 원했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를 원했다. 그리고 투표를 통해 대한민국 ‘새로 고침’을 완성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대한 국민에게 있다”며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의 주권 의지가 일상적으로 국정에 반영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쟁 수단으로 전락한 안보와 평화, 무관심과 무능·무책임으로 무너진 민생과 경제, 장갑차와 자동소총에 파괴된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 보수의 문제는 없다.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가치와 시스템의 복원’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민주주의 가치와 시스템의 복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을 총칼로 위협하며 헌법가치를 무너뜨린 세력에 대한 철저한 단죄가 선행돼야 한다. 과거 반민특위(반민족행위조사특별위원회) 실패로 인해 친일 세력이 득세한 뼈아픈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그것을 또다시 반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고자 한다면 반(反)헌법 세력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통해 뼈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자유주의 시장경제, 기존 사회체제의 안정적 발전이라는 ‘보수 이념’의 본류를 찾아 가야 한다. 지난 3년간 ‘절대 권력’에 굴복했던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수’의 얼굴에 먹칠을 한 세력과의 완전한 단절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유념해야 할 또 하나는 보수·진보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전문 식견을 가진 인재 발탁이다. 우리는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금융감독원장 발탁 이유가 되는 우스꽝스러운 인사 행태를 목도한 경험이 있다. 윤석열·김건희를 중심으로 한 ‘자리 나눠 먹기’식 놀이가 그 정점을 찍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친미 정통 외교관 출신의 위성락 전 대사를 안보실장에, ‘햇볕정책 전도사’로 알려진 이종석 전 장관을 국정원장에 지명했다. 미국을 안심시키면서 대북관계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절묘한 인사라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능력 중심의 인재 발탁과 실용 정책 추진을 통해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상처입은 외교·안보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사회 공적’이 권력을 탐닉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김진강 정치사회부장 kjk2156@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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