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 년 동안 감정변화 없이 사람 죽이는 것에 도가 튼 대모 킬러와 평생을 바쳐 그를 좇는 킬러의 숨 막히는 추격전을 그린 액션 드라마 ‘파과’가 30일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가졌다.
민규동 감독의 새로운 역작 영화 ‘파과’에서는 지킬 것이 생긴 킬러와 잃을 것이 없는 킬러 사이의 가장 강력한 대결이 펼쳐진다.
파과는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브뤼셀·베이징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세계 무대를 섭렵하면서 화제성을 입증하고 있다.
24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있었던 ‘파과 언론시사회’에는 민규동 감독을 비롯한 배우 이혜영·김성철·연우진·신시아 등 주요 출연진이 참석했다.
청부살인 의뢰 대상을 거침없이 제거해왔지만 오랜 시간 몸담아 온 회사에선 한물간 취급을 받는 전설적인 킬러. 그러다 지켜야 할 대상을 만나며 여태껏 느끼지 못한 남다른 감정을 갖는다. 그리고 이에 분노한 젊은 킬러에게 목표물이 된다.
영화는 여성과 남성, 40년째 살인을 이어왔지만 한물간 취급을 받는 킬러와 혈기 왕성한 킬러로 상반되는 요소를 극적으로 묘사한다.
‘애(愛)’라는 감정에 기반해 서로 의지하던 과거와,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살벌하게 싸울 수밖에 없는 ‘증(憎)’이라는 현재가 교차하며 뒤엉키는 운명.

민 감독은 “인물 간 관계성은 한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울 만큼 복합하다”고 전제한 뒤 “미스터리를 가진 투우는 연민이라는 감정 속에서 고뇌하는 조각과 끊임없이 부딪힌다”고 말했다.
그는 “둘은 전혀 다른 맥락이지만 비슷한 강박 속에서도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으려 애쓰며 서로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교감 끝에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단순한 애증을 넘어선 관계라는 표현이 맞다. 묘하면서도 비극적 운명이 닮은꼴로서 새로운 이정표를 확인하는 관계로 합쳐지기를 바랐다”고 부연했다.
파과에는 전형적으로 답습했던 클리셰적 요소를 벗어던진 파격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작품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단연 백발의 노인(할머니) 킬러다.
민 감독은 소위 정형화된 킬러에서 벗어난 캐릭터로 채우며 “흔히 60대 여성 킬러가 등장하는 액션물이라면 모두가 만류할 프로젝트가 아닌가. 작품이 만들어지는 건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그 생각이 들었을 때) 오기가 발동해서 오히려 장르적 쾌감과 드라마가 함께 얽힌 독특한 영화를 모색했다”며 “복수와 화해 이야기뿐 아니라 상실을 겪고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과 나이가 들어도 쓸모와 가치를 계속 찾아나가며 성장하는 삶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파과는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인 원작을 바탕으로 각색을 거쳐 탄생했다.
민 감독은 “소설에서 영화로 장르가 달라지며 주인공이 부딪히는 장면은 더욱 부각시켰고 과거와 현재가 한 시간대에 있는 것처럼 연출하는 비선형적인 플롯 구조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때 전설적 킬러로 추앙받다 노년에 접어들어 퇴물로 전락한 주인공 킬러 조각이 여전히 명성에 걸맞은 전투력을 보유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액션 장면에 신경썼다”며 “단순한 액션 이전에 궁극적으로 두 킬러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삶을 살고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인간적인 면이 수렴되도록 했다”고 주안점을 구체화했다.
‘조각’ 역할을 맡은 배우 이혜영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느낀 소회를 밝혔다.
“작품에서 ‘늙고 쓸모없어졌으니까 버려야 할 폐기물 아닌가?’ 하는 대사가 나온다. 전설로 불릴 정도로 수수께끼 같은 힘을 가진 조각은 성별과 나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뛰어넘고 사회적 통념을 부수고 나온 전무후무한 인물이다”고 말했다.
개성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작품에 색을 더한 출연 배우들의 소감도 이어졌다.
배우 김성철은 “제가 맡은 ‘투우’라는 캐릭터는 킬러 특성상 액션을 많이 소화해야 했다”며 “그런 부분을 기술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하는 과정에서 끈끈한 연대가 형성돼 완성된 작품인 만큼 관객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극장가가 활력을 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내를 잃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밤에는 페이닥터로 일을 하는 소시민 ‘강선생’ 역을 연기한 배우 연우진은 “이번 작품에서 아버지를 연기하면서 지금껏 걸어온 연기 인생과는 또 다른 막연한 꿈을 미리 경험하고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며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를 비롯한 정서적으로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극장에서 꼭 확인하시길 바란다”고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어린 조각’ 역을 소화한 배우 신시아는 “삶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크고 작은 상실을 느꼈다면 영화를 통해 위로와 희망을 받기를 바란다”고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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