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관 전 위원장 사퇴로 공백이 된 방송통신위원장에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명됐다. 여당은 시급한 업무 산적한 방통위에 적임자라며 환영하고 있으나 야당에선 탄핵 목소리가 재차 불거지는 중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방통위원장 및 교육부·국가보훈부 차관 인선을 발표했다. 교육부 차관에 오석환 대통령실 교육비서관, 보훈부 차관으론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인 이희완 대령이 각각 발탁됐다.
김 실장은 김 후보자에 대해 “업무능력, 법·원칙에 대한 확고한 소신, 균형 있는 감각으로 방통위 독립성·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또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후 소년가장으로 농사일 하면서 세 동생 생계·진학을 책임지고 뒤늦게 대학에 진학해 법조인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라며 서민적 측면을 강조하기도 했다.
1956년 충남 예산에서 2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 후보자는 18세 때 가장이 됐다. 1972년 예산고 졸업 후 동생들을 돌보며 학비를 마련하다가 1975년에야 전액 장학생으로 충남대 법대 입학해 1982년 24회 사법고시(사법연수원 15기)에 합격했다. 충남대 출신의 첫 사시 합격자였다.
김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차장 시절인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차명보유 문제와 BBK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2009년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지휘하면서 대검 중수2과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인연이 닿았다.
김 후보자는 “임명된다면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공정·독립적인 방송통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소신을 밝혔다. 방통위엔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 연말까지 지상파 3사 등 34개사·141개 방송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끝내야 한다. 유효기간 내 이 업무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련법상 해당 방송은 모두 무허가 불법방송이 된다. 구글·애플 등 인앱결제 강제에 대한 과징금 부과,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조사, 가짜뉴스 처분 결정 역시 신속 처리를 요하는 사안들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에서 이 전 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 탄핵이 언급되고 있어 방통위 업무 정상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이 전 위원장에 이어 정치검사를 임명하겠다니 방송장악 시즌2 속행이라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김영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총선 전 방송 장악이 핵심”이라고 했다. 게다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또 탄핵해야 한다”며 말을 보탰다. 과민해 보이는 민주당측 반응 배경엔 윤석열 대통령과 김 후보자의 각별한 관계도 있는 듯하다. 윤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검사선배가 김 후보자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과거 지인들과 설렁탕집을 찾았을 때 “설렁탕집 석박지(배추·무·오이 등으로 만든 김치)만 보면 떠오르는 귀한 선배가 있다. 김홍일 선배다. 부모님 일찍 여읜 후 세 동생들 직접 키우며 석박지를 그렇게 많이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돈이 없어 고춧가루 대신 소금간만 해 먹었다더라”며 감동을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협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김예령 대변인이 6일 논평에서 “방통위원장 자리를 무한정 공석으로 둬선 안 된다”며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이번만큼은 민주당의 대승적 협조를 당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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