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제발 장바구니 물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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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이 꼭 해주길 바라는 것은?

4월 가공식품 물가지수 4.1%↑… 평균 외식비 3배↑
작년 12월~5월 가격 올린 식품·외식업체 60곳 넘어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장바구니 물가부터 잡아 줘야”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03 12:31:0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물가가 너무 올라서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먹어요. 새 대통령이 장바구니 물가부터 꼭 잡아줬으면 좋겠어요.”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오후 3시 서울 홈플러스 동대문점. 머리가 희끗희끗한 최정숙(70·가명)씨는 “작년부터 제철 과일이나 채소도 쉽게 사 먹지 못한다. 연금에 자식들 용돈으로 살고 있는데, 병원비를 쓰고 나면 식재료를 살 여윳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아프면 병원은 가야 하니까 줄일 수 있는 지출이 먹거리밖에 없어 요즘은 할인상품만 골라서 사먹는다”고 말했다. “새 대통령은 꼭 장바구니 물가부터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신선한 채소 코너 앞에는 ‘절호의 특가’ 할인행사를 알리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비교적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들이 모여 있는 이 할인 코너 앞에는 최 씨뿐 아니라 많은 소비자들이 발걸음이 멈추고 상품을 고르고 있었다.

가공식품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서민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9~11월 1%대 중반이던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작년 12월부터 2%대로 올라선 뒤, 매달 상승 폭이 커지며 올해 4월에는 4%를 넘어섰다. 4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1%였던 것과 비교해도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외식 물가도 마찬가지다. 작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2%대 상승률을 유지했지만, 2월부터는 3%대로 올라섰다.

식재료 가격이 전반적으로 치솟으며 가구당 한 달 평균 외식비도 크게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2024 식품소비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3188가구 중 지난해 가족 단위로 외식을 한 2356가구의 한 달 평균 가족 외식비는 14만38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13만7300원) 대비 6500원 상승했다. 3년 전인 2021년(11만400원)과 비교하면 3만3400원(30.3%) 상승했다.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진 배경에는 가공식품 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사이 가격을 인상한 식품·외식 업체는 60곳이 넘는다.

동서식품의 믹스커피는 6개월간 가격이 20%가량 올랐다. 지난해 11월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 평균 7.7%를 올렸다.

지난달 유제품 가격 인상도 이어졌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가공유와 발효유 등 54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했고 hy는 야쿠르트 라이트 가격을 220원에서 250원으로 13.6% 올렸다. 주류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테라·켈리·카스·한맥 등 주요 맥주 가격을 2.7~2.9% 인상했다.

3~4월에는 식품기업들이 라면 가격을 잇달아 올려 원성을 샀다. 1위 업체 농심이 지난 3월 17일 신라면 가격을 2023년 6월 수준인 1000원으로 다시 올렸다. 그러자 오뚜기가 4월 1일 자로 진라면 등 라면 16개의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했고 팔도는 같은 달 14일 부로 라면 가격을 올렸다. 제과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빠지지 않았다. 롯데리아·버거킹·KFC 등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정부는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추경 예산 1200억 원을 확보해 농식품 할인지원에 투입하고 있으며, 일부 품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함께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일부 제과업체를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민심과 직결된 물가 문제가 차지 정부에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효성 있는 대응책으로 농산물 수입 확대를 통한 공급 안정, 공공요금 동결 등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물가 상승은 국제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형 인플레이션으로 정부 대응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값싼 농산물 수입 확대와 공공요금 동결이 필요하고, 궁극적으로는 환율 안정과 대외 불확실성 해소를 통해 새 정부가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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