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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다. 취임 82일 만에 성사된 이번 회담은 ‘공식 실무방문’ 형식으로 진행되며, 양 정상은 안보와 경제 전반에서 동맹 현대화 방안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다.
12일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24일부터 26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25일 한미 정상회담과 업무 오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미에는 김혜경 여사도 동행한다.
강 대변인은 “두 정상은 변화하는 국제 안보·경제 환경에 대응해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논의한다”며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 구축, 비핵화를 위한 공조 방안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방미는 국빈방문이나 공식방문보다 의전을 간소화한 공식 실무방문으로, 공식 환영식 없 회담과 업무협의에 집중한다. 대통령실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제사절단 동행 가능성은 열려 있으나 아직 구체적 협의는 없다”고 밝혔다.
경제 분야에서는 지난달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조치가 핵심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양국은 일부 품목의 상호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인하하기로 합의했으며, 한국 측은 반도체·2차전지(배터리)·조선업 등 주력 제조업의 대미 수출 확대와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 이번 회담에서는 산업별 구체적 협력 로드맵, 세제·규제 완화 방안·공동 연구·개발(R&D) 지원 체계 마련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 ‘CHIPS and Science Act(반도체 지원법)’와 한국 ‘K-칩스법’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공동 투자·공급망 안정화 방안이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IRA·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한 한국산 배터리·핵심 광물 원산지 규정 완화, 북미 합작공장 설립 인센티브 등이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조선업 부문에서는 한국 정부가 제안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s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주목된다. 이 사업은 미국의 노후 조선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한국의 조선 기술과 생산 능력을 접목해 군수·상선·해양플랜트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미 해군·해안경비대 함정 건조 협력 △LNG 운반선·해양플랜트 공동 제작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기술 이전 및 공동 개발 등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와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 조선소(Newport News Shipbuilding) 등 미국 주요 조선 산업 현장을 시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필리조선소는 한국계 기업이 지분을 보유하며 운영 중이고, 최근 미국 해양청과 대형 컨테이너선·연안 수송선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대통령실은 7일 언론에 “마스가 프로젝트의 상징적 거점이자 한미 조선 협력의 전초기지”라고 평가했다. 이번 방문이 성사되면 양국 기업 간 MOU 체결, 발주 계획, 기술·인력 교류 프로그램 발표가 이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관세 협상 타결 발표 당시 “2주 내 백악관에서 이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무 조율 과정에서 일정이 25일로 확정됐다.
‘안보 청구서’ 본격화… 국방비 GDP 3.8% 확대 요구설
전략적 유연성·한미일 안보협력 확대 등 민감 의제 산적
이번 회담에서 ‘한미동맹 현대화’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본격 부상한 이른바 ‘안보 청구서(Security Bill)’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안보 청구서는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하는 군사력·억지력 유지 비용을 보다 직접적으로 분담하라는 요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과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재배치 권한 확대 등이 핵심 항목으로 제시돼 왔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9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무역·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국방비를 GDP 대비 2.6%에서 3.8%로 확대하는 방안을 비공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간 약 15조 원 이상의 추가 국방 지출로, 방위력 개선비 증액, 첨단 무기 도입 가속화, 한미 합동훈련 확대에 직결된다.
한편,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의 역할 증대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일 3자 안보협력 정례화·제도화 △한국 해군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FONOPs) 참여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한 전략자산 순환배치 확대 등이 거론된다. 차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 분담금 50% 이상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문제도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이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 임무 외에도 미국의 글로벌 안보 전략에 따라 다른 지역 분쟁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8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과 사전 합의 없이도 미·중 충돌 시 주한미군 일부를 대만해협 등에 투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번 회담에서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 확대가 논의될 경우, 한국의 안보 주권과 동맹 운영 원칙에 대한 민감한 협의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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