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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이 약사 단체의 반발과 소비자 단체의 지지를 동시에 받으며 제약 유통 생태계에 새로운 균열을 만들고 있다.
메가팩토리로 대표되는 창고형 약국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유통비 절감과 대량 구매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와 제약사 모두에 이익이 되는 합리적 유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6월 창고형 약국이 본격 오픈되자 약사단체는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는 “저가 판매 구조가 동네 약국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약준모는 “일부 제약사는 대량 구매 시 최대 56.7%까지 공급가를 할인해 주고 있으며 인기 품목의 경우 20~40% 수준으로 차등 공급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유통 전문가들은 “창고형 약국은 약사의 생존 전략”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자영업 형태의 약국이 기존의 처방 의존 수익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택한 자구책이라는 것이다.
의약분업이 시행된 2000년 이후 약국은 일반의약품 수익이 줄어들면서 병·의원 인근에 밀집하게 됐고 이로 인해 소비자의 접근성은 오히려 낮아졌다. 일반의약품 구매조차 병원 진료 시간에 맞춰야 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2012년부터 편의점 상비약 판매가 허용됐고 최근에는 다이소·CU 등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약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살아남은 약국은 ‘유통 전략’을 새롭게 택한 약국이다. 창고형 약국은 약 2500여 품목을 대량 직거래로 들여와 일반 진통제·감기약·건기식 등을 20~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1+1 등 다양한 프로모션도 가능하다. 편의점보다 저렴하면서도 약사가 직접 복약 지도를 하는 구조여서 ‘합법적 생존형 약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대량 구매일 경우 모든 약국에 동일한 할인 조건이 적용된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할인율은 기업 정책상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 역시 “창고형 약국도 유통채널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의약품 구매 플랫폼이 다양화되는 흐름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기능이 유사한 의약품을 가격별로 비교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권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유통 구조는 제약사에도 이익이 된다. 유통비용은 줄고 회전율이 높아지며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간다. 의약품도 유통 전략이 필요한 시대다”고 전했다.
창고형 약국은 일부가 주장하는 공공성 파괴가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고 제약사엔 유통 효율을 주며 약국엔 생존 전략을 제공하는 3자 공존 모델에 가깝다는 것이 소비단체의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약사회에서 일반의약품의 오남용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일반의약품은 중독성이 없기 때문에 약국 외 판매도 허용된 것이다”고 강조했다.
약사회가 주장하는 공급가 차등 문제에 대해서는 “대량 구매자에게 가격 혜택을 주는 것은 유통의 기본 원칙이며 시장경제의 당연한 결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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