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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끝에 출범한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대국민 사죄문’의 당헌·당규 수록 등 혁신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국민과 당원에게 드리는 사죄문’도 발표하며 “당 소속 대통령 부부의 전횡을 바로잡지 못하고 비상계엄에 이르게 된 것에 책임을 깊이 통감하며, 대통령 탄핵에 직면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을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 밖에도 친(親)윤석열계 중심 당 운영, 이준석 전 대표 축출, 대선후보 단일화 시도 등에 대해 반성과 사죄의 뜻을 밝혔다. 혁신위는 전 당원 대상 찬반 투표를 통해 해당 내용의 당헌·당규 명문화까지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당내 반발과 회의론이 만만치 않아 혁신위가 계속 개혁의 고삐를 죌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국민 신뢰를 다시 찾기 위해선 윤희숙 혁신위가 제시한 방향을 향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젠 구시대 유물이 된 계파 정치를 단호히 거부하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원 팀이 되겠다고 천명해야 한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혁신위 안을 비판한다는 것은 여전히 국민의힘 의원 다수를 배출한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TK)을 텃밭으로 삼아 기득권에 안주해 전국 정당으로의 발돋움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차기 정권 재창출은 안중에 없고 지역 정당으로 금배지 유지에만 속셈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정말 TK 지역은 앞으로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국민의힘에 고정된 텃밭일까. 아니다. 국민의힘은 TK와 70대 이상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밀리고 있다. 한국갤럽(7월 8~10일 조사)에 따르면 보수의 아성인 TK에서도 민주당이 34%, 국민의힘이 2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보수 지지세가 큰 70대 이상에서도 국민의힘은 33%로 민주당(34%)에 뒤졌다. 정치 성향 중도층에서는 45%가 민주당을 지지했고, 국민의힘은 11%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유권자의 30% 이상이 몰려 있는 경기와 인천에서 최근 대선들을 민주당에 연속 패했다. 그런 와중에 텃밭인 영남에서 민주당이 득표율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수습도 못 하는 지금 국민의힘 모습이 겉으로 보이는 피상적 위기라면, 영남의 표심 변화는 저 깊은 속에서 진행 중인 심층 위기다. 국민의힘은 이기는 능력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혁신위가 내놓을 최대 화두인 ‘인적 청산’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 친윤(윤석열 전 대통령)계 핵심 인사들은 2선 후퇴가 불가피하다. ‘쌍권’(�퓬볕�·권영세 의원)의 총선 불출마 등은 혁신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하겠다.
8월에 선출할 차기 당 대표 역시 참신함을 갖춰야 한다. 국민이 염증을 내는 정치권의 구태 인사들과 결별함으로써 ‘국민의힘이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인식을 다수 국민이 갖도록 해야 한다. 아직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대선 경선에서 맞붙은 바 있어 ‘리턴 매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바람을 일으킬 뉴 페이스(새 얼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개탄이 왜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지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제1야당이 견실해야 집권층의 ‘독선·독주’을 막고, 국민 신뢰 속에 건전 보수의 정권 창출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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