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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 최근 상위 톱을 차지하는 두 작품이 모두 한국이 제작했거나 한국을 다룬 드라마다. 전작으로 이미 유명한 ‘오징어게임’과 그 뒤를 바짝 따라붙은 ‘K팝 데몬 헌터스’가 그 주인공이다. ‘K팝 악마 사냥단’ 쯤으로 보면 될 듯하다.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래서 ‘국뽕’이 한껏 차오른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왜일까. 이유 설명은 마지막으로 미뤄 두자.
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물론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너무나 드라마틱하게 한국적이다. 그 묘사 하나하나가 너무 리얼하다. 시청 안 하신 독자들을 위해 스토리라인을 말씀드리고 가자.
‘헌트릭스’라는 이름의 K팝 걸그룹은 이중의 삶을 산다. 무대 위에서 공연할 때는 인기 정상의 아이돌 그룹이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또 하나 있다. 바로 악령들, 도깨비들 그리고 악마를 퇴치하는 퇴마사 일이다. 악령의 우두머리 ‘귀마’의 노예가 된 조선시대 청년 진우가 이끄는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가 극중에서 헌트릭스와 팬심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경쟁은 코믹하지만 현실을 닮아 있다.
악령들에게는 몸에 덩굴 무늬 표식이 있다. 진우에게는 당연히 있지만, 데몬 헌터스인 헌트릭스의 리드 보컬 루미에게도 있다. 그것은 그녀의 태생의 비밀과 관련되어 있다. 루미는 헌터스 엄마와 악령 아빠의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이다. 루미는 ‘골든 혼문’이라는, 악령을 완전히 퇴치하기 위한 장치를 완성하면 그 무늬가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악령과 싸워 왔다.
헌트릭스의 루미와 사자 보이즈의 진우는 동류의식과 동병상련의 연민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그러나 헌트릭스의 동료 미나와 조이에게 미처 고백하지 못한 비밀로 탄로 나, 그들의 가족같은 믿음과 애정은 깨질 위기에 처한다. 분열된 헌트릭스는 사자 보이즈에게 패하고 최고 아이돌 자리까지 내주게 된다.
그리고 진우는 승자의 여유를 보인다. 남산타워 앞에서 펼쳐지는 자신들의 라이브 공연에 헌트릭스도 초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숨겨 온 정체가 드러난 루미는 계모이자 스승인 헌터스 출신 셀린을 찾아가 거짓과 위선의 혼문이라면 거부하겠다고 돌아서 나온다. 그리고 거기서 루미는 진정한 자신으로 부활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동료와 세상에 공개하고서야 진정한 혼문을 만들 수 있음을 깨달은 것. 남산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악마들의 향연에서 귀마와 맞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루미를 본 미나와 조이도 드디어 자신의 본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하나가 되어 악마들과 싸운다. 귀마에 맞서 쓰러지려는 루미를 보호하는 것은 결국 진우다. 귀마의 불길을 온몸으로 막아 내는 진우에게서 우리는 극적 러브라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엔 간과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이 애니메이션의 진짜 재미는 깨알 디테일에 숨어 있다. 영화 속 완벽한 K팝 문법은 논외로 하겠다.
우선 한국 아이돌의 원류가 무당이라는 설정도 독특하다. 최근 정치권 관련 무속 스캔들 때문에 여기서의 이런 설정에 다소 거부감도 생긴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다. 헌트릭스가 공연 5분 전 폭풍 흡입하는 김밥, 라면, 새우깡 등등의 세트와 소품 앞에서 우리는 폭소와 미소를 동시에 짓게 된다. 조금 전 그 거부감은 금방 친밀감과 애정으로 급반전한다.
디테일의 미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선 시대 풍경, 현대 서울 거리의 ‘대세 목욕당’ 간판이나 버스 정류장의 깨알같은 구체적 지명 표기 등은 무한한 호기심으로 우리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한의원도 등장한다. 삽인된 한국 가요들도 깨알 재미를 더하고, 아이돌 트와이스의 노래에 무릎을 치기도 한다. 남산타워가 상징하는 한국 서울의 모습에는 일종의 자랑스러움마저 느끼게 된다. 한국 K컬처가 총망라된 듯하다.
그런데 극중 메신저 역할을 하는 세 눈 달린, 갓 쓴 까마귀와 민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호랑이의 귀여운 듯 그로테스크함에서는 웃으며 흐믓해하다가 갑자기 숙연해진다. 이런 묘사의 디테일이 어쩐지 익숙한 듯 낯설어진다. 묘사와 기록의 달인들 일본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시작 화면으로 기억회로가 이동하는 걸 느낀다. 왜냐하면, K팝 데몬 헌터스의 시작 화면 가득 채워진 글자는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SONY PICTURES ANIMATION)’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국적 기업이기는 하지만 일본을 본류로 하는 스튜디오이기 때문이다. 물론 제작진은 매기 강 감독 등 한국계인 아티스트들이 많이 참여한다. 그러나 그들을 담은 그릇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싸움의 승자는 적을 포용하고 사랑하고 이해하는 자다. 정치권이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반일 죽창가를 부르는 우리 현실은 일본 문화의 이런 관대한 K팝 승전가가 부러울 뿐이다. 이것이 우리가 읽어내야 할 ‘K팝 데몬 헌터스’의 숨은 코드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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