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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장수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는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자유를 찾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리라. 그들을 품어 줄 수 있는 산 또한 넉넉하니 좋다. 국토의 70%가 산인 나라가 대한민국이 아닌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부분 이런 말을 한다. “어떻게 저렇게 용감할까, 자연 속에서 산다는 게 참으로 행복하네. 하지만 나한텐 그런 용기가 없어.”
‘자연인’들은 무관의 연예인이고 셀럽이다. 그들의 활기찬 발걸음, 생생한 표정, 멈출 줄 모르는 흐뭇한 미소는 가공되지 않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백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불편하지만 한가로운 삶이 그들을 대면한다. 그들은 많은 것을 버리고 자연으로 찾아든 용기 넘치는 사람들이다. 허름한 자연 속 거처로 옮기느라 도시의 집에서 누리던 것을 대부분 포기했다. 각종 편리한 도구들과 옷, 심지어 가족도 그랬다. 자연으로 함께 가기를 동의하지 않은 가족과는 떨어져 살게 된 것이니.
멋진 승용차나 큰 집도 뒷전이다. 도시인이 가진 것들 대부분이 그들에게는 없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명함이 필요하지 않다. 명함에 적힌 우리의 소유들인 집 주소, 이메일 주소, 소속된 회사, 전화번호, 팩스 번호, 통장 번호 등등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 번호, 즉 숫자들과 얽혀서 평생을 산다. 태어나면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고 학교에 가면 학번이, 운전면허에도 숫자가 붙고 요즘같이 분주하고 다사한 세상에서는 이름 대신 핸드폰 번호가 나를 대신할 지경이다.
만나서 명함을 주고받으며 시작된 대화에 친밀감이 더해지면 자신에 대한 소개가 시작된다. 어디에 사는지, 가족은 누구누구이며, 나는 그리고 배우자는 무슨 일을 하는지, 고향이 어디고 출신 학교는 무엇이며, 자녀는 몇인지 등으로 나를 알린다. 주로 내가 가진 것으로 말한다.
만약 누군가 좀 엉뚱한 질문으로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상당히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기회가 별로 없다. 우리가 소유한 것이 우리 자신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태어나자마자 조부모님과 부모님을 ‘가진’ 우리는 자라나면서 형제자매를 가지게 되고 친구와 이웃 사람과 선생님과 연인과 배우자와 자녀를 갖게 된다.
인간관계뿐이 아니다. 작은 젖병을 물었던 아기는 자라면서 다양하고 많은 것을 욕구하게 된다. 장난감과 책, 졸업장과 자격증, 직장, 자동차, 집, 자산, 명성 등등 욕구는 끝이 없이 늘어나고 그걸 갖기 위해 노심초사 분투한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부모에게 장난감을 사 달라고 울거나 떼쓰는 아이의 모습에서 소유에의 갈망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죽기 직전까지 ‘소유’의 삶을 평생 추구하고 그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잊혀진다.
하지만 산으로 간 자연인들은 소유를 벗어던지고 존재를 추구한다. 소유를 하나씩 비워 낼수록 존재는 단단해진다. 가진 것, 욕망하는 것을 비워 낸 자리에 뜻하지 않은 것들이 들어온다. 바람 소리, 새소리, 물소리, 햇살과 달빛, 청정한 공기, 길 잃은 작은 동물들…. 그들은 행복하고 우리는 그들이 부럽다. 우리는 얽매어 있고 그들은 자유롭고 거침이 없다. 숫자로, 소유로 대변되던 삶은 자연의 도움을 입어 존재의 삶이 되었다.
사실 인간은 오랫동안 자연을 무시하고 살았다. 자연쯤이야!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자연은 미개함과 동의어였다, 인간은 기술문명을 발달시켰으므로. 여기에서 인간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자연 속에서 태어난 인간이 자연에서 소외되면서 그 박탈감을 엉뚱한 것들로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 왜곡을 되돌리는 출발점은 자연을 찾는 것이다.
자연인이 될 용기가 부족한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까. 방법은 있다. 틈날 때마다 숲 또는 정원에 가서 조용히 느끼는 것이다. 핸드폰을 꺼 두고 눈을 감고 자연을 내 안에 초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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