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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윤리 도덕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부 단체장은 캠프 출신 위주 인사 및 지역 토호 배려 공사 배정을 버젓이 하고 있다. 예산이 각종 사업 집행이라는 명분으로 부풀려지는가 하면 잦은 설계 변경으로 불필요한 재정이 추가 투입되고 있다. 공직자들과 관급공사 수주업체들 간 뒷돈 주고받기 관행 및 지역 축제위원장 같은 관변 인사들의 ‘정실(情實) 예산 집행’ 등 혈세가 허비되고 있다는 지역 여론의 지적도 적잖다.
특히 일부 단체장 친인척과 측근 공무원들의 부패상은 내밀화·지능화되고 있다. 단체장은 공무원 승진과 인허가·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뇌물을 받고, 단체장 측근들은 각종 이권 사업은 물론 공무원 인사에까지 개입해 한몫을 챙기는 행태가 드물지 않은 현실이다.
지방의회는 또 어떠한가. 의장단 나눠먹기 자리다툼·거짓말·도박·부패 비리·성매매 및 유사성행위 의혹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의원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연수 기간 추태’는 이미 뉴스거리도 아니다. 집행부를 감시해야 할 지방의원이 오히려 주민의 원성을 사고 있는 현실이 참담할 뿐이다.
세계화·지방화는 시대의 흐름이다. 그러므로 지방 분권을 향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와 국회, 지자체가 스스로 힘써야 한다. 지방자치 자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작지 않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의 지방자치는 큰 발전을 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2021년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다.
32년 만에 이루어진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을 통해 특례시 신설(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의 법적 지위 부여), 정책 지원 전문인력 도입(지방의회의 전문성 강화), 주민 조례 발안제도 법제화(직접민주주의 확대) 등 지방자치제도의 획기적 개선이 이뤄졌다. 이 개정은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의 하위 집행기구가 아닌 ‘자율적 정책 수립과 집행이 가능한 실질적 정부’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지방자치제도는 지난 30년간 법적·제도적 정비를 통해 주민 참여 확대,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 자치단체 간 협력 시스템 구축 등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실현했다. 그 결과, 자치 법규의 수는 1995년 약 4만6000 건에서 2024년 기준 14만여 건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지역적 특색을 살린 지역 맞춤형 정책을 입법화한 모범 조례들이 만들어졌다.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화급한 사안은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 방지와 대응을 위한 자치단체 간 협업과 초광역권 형성이다. 2020년부터 2052년까지 수도권 인구는 5%, 비수도권 인구는 16.5% 감소함에 따라 수도권·비수도권 간 인구 격차는 훨씬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수도권 청년인구(20∼39세)는 47.1% 감소하지만, 비수도권 청년인구는 55.7%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현상을 막으려면 각 행정 구역별로 운영되던 행태에서 벗어나 지자체 간 협업이 중요하다. 수도권 1극 체제를 탈피하기 위한 지방 광역경제권을 통해 인구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함이 시급하다.
여기에는 실질적인 재정 분권과 정책 자율성 등을 통해서 지역의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지난 민선 지방자치 30년이 제도를 꾸리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30년은 실질적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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