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 공습(‘미드나잇 햄머’ 작전) 성과에 연일 의문을 제기한 CNN·뉴욕타임스(NYT) 등을 겨냥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25일(현지시간) 네델란드 헤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대동하고 연단에 선 그는 이들 매체 보도 행태가 작전의 의미와 완성도를 폄훼하며 참여 장병들을 모욕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는 “우리 애국자들이 매우 분노했다”면서 “적의 영공을 36시간이나 위험하게 비행한 뒤 (귀환) 착륙한 그들은 이번 성공이 전설적인 수준임을 알았지만 이틀 후 CNN과 망조 든 NYT 가짜뉴스를 읽으며 고약한 느낌을 받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귀국길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선 “내일(26일) 미 동부시간 오전 8시께 펜타곤(국방부)가 반박 못할 증거를 제시한 것” “위대한 미 조종사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기자회견 시청을) 즐기시라”고 덧붙였다.
앞서 나토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 게시글에 반복되기도 했다. 트럼프는 “평소처럼 이들 가짜뉴스들이 오로지 트럼프를 흠집낼 목적만으로 거짓말을 했다”며 “그러나 너무 일렀다. 아직 팩트(보고)가 나오기 전이라 그들이 사실 관련해 아는 게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해당 보도를 한 CNN 기자 실명을 거론하며 “즉각 비난받고 ‘개처럼’ 쫓겨나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유사한 내용을 전한 NYT에 대해선 기자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채 “정말 나쁘고 병든 사람들”로 몰아세웠다.
또한 현 중동사태를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 싸우는 것”에 비유하며 “멈추려면 종종 큰소리를 내야 한다”는 트럼프 말에 나토 수장인 마크 뤼트 사무총장이 “그럴 땐 아빠가 나서서 애들을 말려야죠” 하자 장내에 웃음이 일었다. CNN·NYT 관련 표현을 문제 삼으며 공식 외교 무대에서 지나치게 감정적 직설적이라던 일부 외신들도 이 장면에 대해선 대부분 이란 공습을 둘러싼 나토 동맹국들의 대략적인 공감과 지지를 보여준다는 논조였다.
트럼프의 이번 CNN·NYT 공격은 이들이 국방정보국(DIA)에서 흘러나온 초기보고서를 인용해 이란 핵시설 파괴가 ‘제한적’이었다고 논평한 것을 배경으로 한다. 이날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장(DNI),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까지 나서서 ‘완전한 파괴’가 맞다며 여론전에 가세한 모양새다. 우선 이란 핵능력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던 DNI 개버드조차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이란 핵시설이 파괴됐다는 대통령의 거듭된 언급은 새로운 정보를 통해 확인된다”면서 “이란이 핵 역량을 복원하려면 3개 핵시설(나탄즈·포르도·이스파한)을 모두 재건해야 하며 몇년 걸릴 일”이라고 짚었다.
이는 전날 CNN과 NYT가 DIA의 초기 평가를 토대로 농축우라늄 재고 등 핵심 요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핵프로그램이 수개월 후퇴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었다. 특히 개버드는 “선전·선동 매체들이 불법 유출된 기밀(정보평가)자료 일부를 선별적으로 공개했다”며 “그 (초기)평가 자체가 ‘별로 자신 없는 수준’에서 작성된 것임을 (보도 시)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꼬집었다. 랫클리프 CIA 국장도 엑스에 올린 성명을 통해 “다량의 신뢰할 만한 정보”가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최근의 정밀 공격에 의해 심각하게 손상됐음을 시사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 역시 “이란의 핵심 핵시설 재건에 수년 걸릴 것”이라고 봤으며 이를 “오랜 세월 공신력이 증명된 출처와 방법으로부터 나온 새로운 정보”로 소개했다.
백악관에선 ‘이란 핵시설 궤멸 부인하면 가짜뉴스’ 제하의 보도자료를 내 이란 핵시설 피해 규모를 강조한 국내외 기관과 인사들의 의견을 실었다. 일례로 “압도적인 공습이 현장 핵심 인프라를 파괴했으며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재건에 여러 해 걸릴 것”이라고 기술한 ‘이스라엘 원자력에너지위원회’ 보고서 내용이다. 그외 JD밴스 부통령,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루비오 국무장관 등 미국 측 인사와 IAEA·이스라엘군 관계자 등의 비슷한 시각과 전망들이 보도자료에 정리돼 있다. 한편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급 기밀인 DIA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된 사실 관련해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다며 중심 관련자들은 “감옥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은 최대 60%로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수준이다. 농축 우라늄 재고량이 약 250~408 kg일 것으로 추측된다(핵무기 9~10기분). 무기 설계·제조에 돌입한 것은 아니지만 현 단계를 언제든 넘어설 수 있으며 그 때가 되면 손쓸 수 없어진다. 우라늄 농축 능력이 주권국 권한 사항이라며 이란 편에 동조적이라면, 이는 근본주의 이슬람(시아파)의 위험성을 모르거나 반미적 정치성향 때문이라는 게 트럼프 및 핵심 지지층의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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