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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방의 수장 자리에 사상 첫 민간 국방장관이 지명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국방장관 후보자로 민주당 5선 안규백 의원을 지명했다. 비군인 출신인 안 후보자가 임명되면 5·16 이후 64년 만의 첫 문민 국방장관이 된다.
안 후보자는 2008년 의원 당선 이후 5선 내내 국회 국방위에서 활동하며 국방위원장을 지낸 국방 전문가로, 여야 모두에게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유세 당시 “이제는 국방장관도 민간인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히며, 국방장관 문민화를 1순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번 지명은 이 대통령의 국방개혁 청사진과 맞닿아 있으며, 경직된 군 문화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다만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한반도 현실에서 비군 출신 국방장관이 작전 지휘를 맡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24일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안 후보자 인선을 두고 국방계는 ‘변화’와 ‘균형’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정 군 출신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문민 리더십을 시도하는 이번 선택이 향후 국방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예비역은 “결국 중요한 건 장관의 태도와 결단력, 국방을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할 것인가”라며 “출신 논란은 부차적이고 앞으로의 행보가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16 이후 국방장관 39명 전원이 장군 출신이었으며, 이 중 33명이 육군 출신이다. 한때 안보실장,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모두 같은 사관학교 출신이었던 적도 있었다. 이런 '군맥' 구조는 군 조직을 경직시키고 변화에 둔감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문민 국방장관이 이런 폐쇄적 군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방장관은 군 인사·행정뿐 아니라 작전 지휘권까지 갖는 자리다.
유사시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을 지휘해야 하는데, 안 후보자는 부대를 직접 지휘하거나 통솔한 경험이 없다. 북한군 110만 명과 핵 위협을 마주한 현실에서, 군 경험이 없는 국방장관의 작전 지휘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럽다. 전문가들은 문민 국방장관 체제가 성공하려면 합참의장의 작전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군사적 위기 상황에서 문민 장관이 작전 지휘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비육사·비해사 출신인 안규백 후보자의 지명은 군 안팎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방위병 출신’이라는 점이 상징적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군 내부에서는 장관의 출신보다 ‘전략적 사고’와 ‘국방 철학’이 더 중요하다는 실무·지휘 경험자들의 평가가 나온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의 예비역 제독 B씨는 “국방장관은 군령권과 군정권을 갖지만, 작전은 합참의장이, 병력 관리는 각 군 총장이 한다”며 “장관은 국방정책과 예산 배분, 전략적 의사결정이 핵심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 출신이냐, 민간인이냐는 부차적이고, 북한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 전략적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해사 출신 예비역 장교는 안 후보자가 과거 육해공군 통합군제 추진에 반대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통합군제는 권력 집중 위험이 있다”며 “안 후보자가 국방 운영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군 인구 감소에 따라 육군 중심 개편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합리적인 예산 배분을 견제할 국방장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육사 출신 예비역 장성 C씨도 “안 후보자는 국방위와 국방위원장 경력을 통해 국방을 깊이 이해한 사람”이라며 “문민통제 원칙이 확립된 지금, 국방장관은 장성 출신이 아니어도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 연합 훈련, 북한 도발 대응, 국방 예산 운용 등 국방의 기본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출신 논란은 본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ROTC 출신 예비역 장교 D씨는 “안규백 후보자는 국방 관련 자료와 개혁안을 누구보다 잘 파악한 인물”이라며 “국방개혁의 데이터는 이미 충분히 갖췄지만, 실제 집행은 대통령의 공약과 당정 기조에 따라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안 후보자가 국방개혁을 주도하더라도 연합훈련, 대북정책 등 핵심 안보 이슈는 대통령 의중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육사 카르텔’ 문제도 다시 주목된다. D씨는 “장군급 인사 풀 대부분이 육사 출신이라 비육사 중심으로 구조를 바꾸려 해도 당장 채울 인재가 부족하다”며 “정권이 달라져도 이 구조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책·기획·정보 등 주요 부서에서 비육사 출신을 전진 배치하는 시도는 가능할 것”이라며 “상징적 변화는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군 권력 구조의 변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그는 “과거에는 국방장관이 군령권까지 실질적으로 행사했지만, 앞으로는 합참의장이 작전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국방장관은 행정·정책 중심의 역할로 이동해야 한다”며 “군 내 선후배 관계와 기존 문화 속에서 문민 장관이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과제”라고 평가했다.
한편, 육군 대령 출신 E씨는 “군은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체험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며 “군대는 기본적으로 상하 관계가 뚜렷한 조직이고, 부하들이 평생을 군에 헌신하며 계급장을 달아온 만큼, 문민 장관을 진심으로 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 출신이 아닌 장관이 작전 지휘를 하면, 군 내부에서 현장감이 결여된 지시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미국은 적과 국경을 맞대지 않지만, 우리는 북한과 직접 대치하는 나라”라며 “외국의 문민 국방장관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반드시 맞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육사 중심 군 인사를 바꾸는 시도는 의미 있지만, 그렇다면 해군이나 공군 장성이 장관이 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지 않느냐”며 “육군에서 6개월 복무한 사람이 육군 50만 대군을 지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민 국방장관이 성공하려면 군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금 국방부 안의 장교들과 부사관들이 문민 장관을 진심으로 따를 수 있도록 국방 철학과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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