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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전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은 현대전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군사·산업·정보·감시·작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드론의 전략적 가치가 급격히 커지는 가운데, 한국 군용 드론 산업은 ‘붕괴’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직격탄의 진원지는 중국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민간용 드론의 군사적 목적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핵심 부품뿐 아니라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는 모든 품목을 포괄하는 강력한 수출 통제 조치다. 한국 군용 드론의 상당수 부품이 중국산이라는 점에서 이번 규제는 단순한 산업 위기를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으로 급부상했다.
스카이데일이가 만난 민간 군용 드론 개발 업체 관계자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드론 및 관련 부품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최근 열화상 카메라 부품은 수출 통제로 인해 가격이 두 배 이상 치솟았고, 공급업체들이 비용 부담에 상당히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 약 410억 달러 수준이다. 민간용으로 설계된 드론이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 전장에 투입되면서 군사적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드론 및 관련 부품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매우 높은 가운데, 한국 군용 드론의 상당수 부품이 중국산이다. 군용 드론은 부품의 약 7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센서, 통신 장비, 고성능 배터리, 모터, 카메라 등 사실상 드론의 ‘심장’이 대부분 중국산이다.
이런 구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DJI 등 중국 대형 드론 기업들은 수년간 부품을 무상 또는 초저가로 공급하며 ‘계획된 적자’ 전략을 구사해왔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기 위한 공격적 가격 정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쟁국의 군사력 기반을 중국 공급망에 종속시키는 고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단법인 한국무인기시스템협회 관계자는 “중국 부품 없이는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이라며 “전자광학(EO) 카메라나 적외선(IR) 센서, 터보팬 엔진 같은 군용 드론 핵심 엔진·통신장비와 센서는 드론에 부착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수배에서 수십 배 가격 차이가 나는데, 중국산 부품 가격에 따라 가격 경쟁력은커녕 납품 및 개발도 어려워진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산화 시도는 대부분 부진했고, 정부 지원도 단기 프로젝트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드론 실증 테스트는 비행 금지 구역, 복잡한 비행 허가 절차, 주파수·촬영 제한, 보험 요건 등 과도한 규제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드러난 듯 ‘값싼 드론의 비대칭성’이 갖는 위력은 전 세계에 각인됐다. 고가의 대형 무인기보다 수천만 원 수준의 저가 보급형 드론이 전쟁 양상을 뒤흔드는 결정적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실제 러시아는 이란산 자폭 드론 ‘샤헤드-136’을 대량 투입해 우크라이나 내륙을 공격했다. 대당 약 2,600만 원에 불과한 이 드론은 방공망을 우회하며 심리전, 인프라 파괴, 민간 타격에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우크라이나도 값싼 민간 드론을 전투 현장에 적극 투입하고 있다.
이 같은 드론 전쟁은 한반도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군사 정찰과 공격 목적의 소형 드론 개발에 집중해왔다. 과거 청와대와 사드 포대를 촬영한 북한 드론이 발견된 사례는 드론이 실질적 위협으로 다가왔음을 방증한다.
북한이 수십, 수백 대의 값싼 자폭 드론을 활용해 주요 사회기반시설이나 민간 지역을 타격한다면 한국 사회는 심각한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한국의 전시 지휘·통제 체계를 교란할 수 있는 비대칭 전략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현재 드론봇 전력을 미래 핵심 전력으로 육성하고 있으나, 전시 대량 소모 상황에 대비한 신속한 보급 체계 구축은 미흡하다. 평시에는 고가 군용 드론을 제작하더라도, 전시에는 민간용 드론까지 빠르게 전력화할 수 있는 생산·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드론 수출 밸브를 잠그자 한국 드론 산업 전체가 휘청인다는 것이다. 중국이 언제든 군사적·정치적 상황에 따라 한국 드론 산업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지정학적 레버리지’를 쥐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적 충격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가 안보의 근본적 취약성이다.
중국이 민간 기술을 군사력에 통합하는 ‘군민 융합’ 전략을 명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중국산 부품으로 제작된 드론을 사용한다는 것은 직접적이고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산 부품에 백도어나 악성 코드가 심어져 있을 가능성 △사이버 공격에 취약할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이번 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국내 중소 드론 제조업체들이다. 부품 가격 폭등과 공급 경색으로 이미 생산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후문이 들린다. 한 중소 드론 부품 제조사 대표는 “중국 쪽 공급망이 막히니까 사실상 공장을 돌릴 수가 없는 곳이 태반”이라며 “부품 하나가 없으면 드론을 못 만든다. 주문은 밀려 있는데 부품이 없어 납기일을 맞출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새 일부 부품 가격은 2배 이상 폭등했고, 운송비까지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치솟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본래 이윤폭이 얇은 구조인데, 이번 사태로 손익분기점조차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일부 중소 드론 기업들은 자체 드론 개발에 나섰으나, 이마저도 중국산 부품이 없으면 완성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대신 국산 부품을 써보려 해도 품질 검증이 안 돼 있고, 가격도 두 배 이상 비싸다.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공급망 충격이 아니라, 수십 년간 전략적 방치와 정책 실패가 쌓여 만들어진 ‘시스템적 위기’라고 지적한다. 2000년대 초 한국은 군단급 무인기 ‘송골매’를 실전 배치하며 드론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이후 중국의 공격적인 성장과 달리 국내 드론 산업은 규제·투자 부족으로 정체됐다. 당시 놓친 기회는 오늘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돌아왔고, 그 틈을 중국이 ‘부품 무기화’ 전략으로 파고든 것이다.
저궤도 위성과 연동해 실시간 정찰·통신이 가능한 드론 전력을 개발 중인 업계 관계자는 “값싼 보급형 드론의 대량 투입이 전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며 “이 상황에서 고가 군용 드론을 제작하더라도, 전시에는 민간용 드론까지 빠르게 전력화할 수 있는 생산·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 수출 규제와 맞물려 드론의 국산화와 생산 원가 절감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북한의 드론 위협에 맞서려면 고가의 방공 체계뿐 아니라 값싼 드론을 요격할 수 있는 저비용 대책과 다량의 국산 드론을 확보해 드론 비대칭 전력부터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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