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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멸망 중입니다’의 배경이 되는 대한민국 충북 증평에는 ‘우물물이 세 번 넘치면 세상의 끝이 온다’는 전설이 깃든 ‘말세우물’이 있다. 1592년 임진왜란과 1910년 한일합병조약 때 넘친 우물은 말세까지 한 번의 범람을 앞두고 있다.
“인류 종말이 가능하대! 진짜 초대박이지?”
고입을 앞두고 소속사에서 쫓겨난 아이돌 연습생 연서진과 서진을 맞이한 소꿉친구 이아영은 조심스레 자신의 꿈을 말한다.
‘세계정복’이라는 아영의 꿈과 ‘인간 삭제’라는 서진의 꿈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류멸망’. 서울대 출신 과외 선생 장윤상이 발견한 프로젝트 P-17의 조건을 충족시키면 지구의 OS를 해킹해서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종말, 멸망, 멸종… 이 단어들에는 왠지 모를 우울감이나 슬픔이 깃들어 있다. 죽음과 맞닿은 단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인 시점에서 바라본 우주는 원래부터 죽음으로 가득하다. 우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생물은 죽은 것이며, 생은 희박한 확률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리고 생은 필연적으로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니 슬퍼하지 않아도 괜찮을지 모른다. 모든 것은 우연히 일어났고, 우주의 실수였으니까.
인류멸종 계획 ‘P-17’ 실행을 향한 두 청소년의 행보는 무모하고 우스꽝스럽지만 그들의 최선에서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개인이 정말로 작게 느껴지는 인생, 소용없는 일을 되풀이한 것만 같은 하루, 스스로가 쓸모없게 느껴지는 지금이야말로 당연한 것이라는 SF만이 줄 수 있는 위로가 책에는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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