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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불안이 다시 시장을 움직이며 한동안 잠잠했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거래량은 상승하고 정책당국은 서둘러 대책을 꺼내들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오히려 과잉 대응보다 시장의 기대심리가 제 풀에 꺾이도록 유도할 때라는 분석이 눈에 띈다.
16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정부가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서 시작된 불씨는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1만 건 돌파, 매매가격지수 0.25% 상승으로 현실화됐다. 이후 4월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지정했지만 이미 되살아난 수요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최근 집값은 0.26%까지 다시 상승했고 강남 3구는 서울 평균의 두 배 이상 올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시장 과열을 억제하는 대표적 수요 억제책이다. 이 구역 내에서는 주택을 사려면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매수인은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규제를 풀었다 다시 묶는 식의 대응은 오히려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새 정부는 취임 전부터 “세금 규제보다 공급 확대”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부동산 과열 조짐이 뚜렷해지자 국토교통부 장관 인선도 끝나기 전에 비상 TF를 꾸리고 첫 부동산 대책 마련에 나서는 상황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초기 대책으로 마포·성동·강동 등 과열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제한 등을 꼽는다. 그러나 이는 기대심리를 누그러뜨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시장은 이미 제약을 우회하거나 비규제 지역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풍선효과로 반응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과열 양상이 단순한 거래 증가가 아니라 기대심리의 상승에서 비롯된 구조적 움직임이라고 진단했다. 6월 발표된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주택가격 기대지수는 2월 저점(99)에서 5월 111까지 상승했다. 보고서는 이 지표가 실제 주택가격을 약 8개월 선행하고 산업생산과 소비자물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낳는다고 설명한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기조 아래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이 느슨해지면 기대심리 상승폭이 커진다는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서울 지역에서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전환되었고 가격 상승이 거래와 심리를 동시에 자극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불안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에 정부가 과도한 규제를 던질 경우 신뢰를 잃고 정책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세금·대출·청약 규제를 수차례 쏟아부었지만 집값을 잡지 못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 필요한 건 정책의 균형이다. 정부가 시장을 직접 누르기보다는 기대심리가 팽창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공급 로드맵과 실행을 통해 심리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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