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선 ‘컬트 와인’이 인기다. 컬트 와인은 최고의 포도 재배 환경에서 수확된 포도 중 최고의 포도알만 골라 소량으로 만든다. 와인 제조자에로서는 도전해 볼 만한 최고급 걸작 와인이다.
최초의 컬트 와인은 샤또 르뺑(Chateau Le Pin)이다. 이 와인은 1979년까지 벌크로 판매되던 평범한 와인이었다. 그러다 새로운 소유주 자끄 티엔포르가 1982년 샤또 르뺑을 시장에 내놓았는데 주요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면서 최고급 와인으로 알려졌다.
샤또 르뺑은 2헥타르(㏊)의 조그만 면적에서 극소량 얻은 100% 멜롯 와인이었다. 한창 때는 병당 1600달러에 판매될 정도였다.
컬트 와인으로 인정받으려면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토양, 재배 환경, 와인 양조 기술에 관한 독특한 철학과 제조 기술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그 와인에 대해 숭배에 가까운 신뢰를 보내는 마니아가 있어야 한다.
컬트 와인으로 알려지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1년에 2000케이스 미만으로 생산해야 한다. △최초 출시 가격이 200달러를 넘어야 한다. △유명 비평가로부터100점의 평가 점수를 받은 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들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파는 여러 컬트 와인들이 탄생하게 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법적 규제가 적어서 수확량이나 와인 양조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어 여러 과학적인 실험을 할 수 있다. 두 번째, 나파가 위치한 북(北)캘리포니아의 기후가 매년 일정하다는 점이다.

나파의 컬트 와인으로 가장 알려진 것은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이다. 부동산 중개사였던 진 필립스가 1986년 오크빌에 포도밭을 구입하고 와인 메이커 하이디 바렛과 함께 1995년에 첫 빈티지(1992)를 출시했다.
이 와인은 로버트 파커로부터 99점, 비비노 평점도 4.8을 받아 나파 밸리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 되었다. 일년에 600-800케이스 정도 생산하는데 지금도 3000달러 정도에 판매된다. 주문 후 12년 정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포도를 따고 있는 여신을 레이블에 디자인한 할란 에스테이트는 1984년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윌리엄 할란이 오크빌에 숲으로 덮인 240에이커의 토지를 구입하고 개간해 생산했다. 그의 와이너리는 이후 로버트 파커, 잰시스 로빈슨 등의 찬사를 받으며 대표적인 컬트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현재 병당 1000달러 이상에 판매되며 특히 2000년에 1987∼96년에 나온 10병의 매그넘이 70만 달러(약 7억8000만 원)에 판매된 기록이 있다.
화이트 컬트 와인을 하나만 고르라 하면 마카신(Marcassin)을 1순위로 꼽을 수 있다. 나파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와인 메이커이자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애호가인 헬렌 털리가 만들었다.
헬렌 털리는 1980년대에 남편과 함께 소노마 코스트에서 샤도네이와 피노 누아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소노마 코스트의 와이너리는 매우 작지만, 1996년 첫 빈티지를 출시한 이래 미국에서 생산되는 샤도네이 중 가장 높은 평가와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 막 떠오르는 컬트 와인으로는 레비아탄(Leviathan)이 있다. 레비아탄은 성서에 나오는 바다 괴물의 이름이다. 레비아탄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스크리밍 이글을 만든 앤디 에릭슨이 양조한 와인이다.
그는 기존 고급 와인의 모든 고정 관념을 버리고 나파·소노마·시에라 풋힐에 이르는 캘리포니아 전역의 포도밭에서 최상급의 포도를 골라 레비아탄을 만든다. 앤디 에릭슨은 싱글 빈야드나 단일 품종 등 고급 와인의 조건처럼 여겨지는 제약도 과감히 벗어 던졌다. 그는 “블렌딩이야말로 와인 양조에 있어 가장 즐겁고 창의적인 과정”이라고 강조하며 카베르네 소비뇽·메를로·시라 등 다양한 품종을 섞어서 와인을 만든다.
현재 컬트 와인들을 맛보려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고 가격도 계속 오르는 추세다. 자신만이 아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좋은 와인을 찾는다면 이것이 자신만의 컬트 와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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