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3국 정상과 연쇄 통화를 잇따라 진행하며 새 정부 외교의 출발을 알렸다.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9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차례로 가진 정상 간 첫 통화를 통해 ‘국익 중심 실용외교’ 기조의 본격적인 서막을 연 것.
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통화는 세 정상 중 가장 긴 시간 동안 진행됐다. 양측은 경제, 안보, 문화, 인적 교류 등 다방면에서 실질적인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오는 11월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의 방한을 공식 요청하며 한중 관계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측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강조하며 미국의 일방주의와 관세 전쟁, 공급망 분리 정책을 비판했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 역할 요청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일본 총리와의 통화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천명했다. 일본과 중국 중 일본과 먼저 통화한 것은 ‘친중’ 우려를 불식시키고, 역사 문제 등 과거 갈등을 극복해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가장 먼저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3국 협력 체제를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안보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경제 등 분야에서는 중국과 균형을 이루는 ‘실용외교’ 전략의 출발점이 됐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 방향은 이념이나 가치보다 국가 실익과 안정을 우선시하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다. 미중 간 치열한 패권 경쟁 속에서 안보는 미국과 협력하되, 경제와 문화 교류 등 실리적 분야에서는 중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균형 외교를 지향한다.
구체적으로 미국과는 군사·안보 동맹을 공고히 하며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주둔 문제 등 현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일본과는 역사 문제 등 과거 갈등을 넘어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해 성숙한 관계를 구축하고, 중국과는 경제·문화·인적 교류 확대와 북한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적극 활용하는 방침이다.
외교 현안 산적… 미중 갈등과 통상 협상 시험대
베테랑 통상 협상가 여한구 임명… 한미 관세 협상 총력
G7 정상회의서 한미 정상 첫 대면… 관세 협상 분수령
외교가에서는 이번 정상 통화를 ‘외교 상견례’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문제, 미중 갈등 등 굵직한 현안에서 실질적인 외교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미국의 ‘안미경미’ 요구와 중국과의 경제 협력 확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통상교섭본부장에 베테랑 협상가 여한구 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을 기용하며 대미 관세 협상에 총력전을 예고했다. 미국의 25% 고율 관세 부과로 대미 자동차 수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한미 간 관세 협의는 구체적 희망 사항을 놓고 본격 협상 단계에 들어갔다.
미국은 자국 상품 구매 확대, 소고기 수입 제한 완화, 구글 지도 반출 등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정 부분 양보를 검토하는 가운데, 대통령실 차원의 결단과 국민 설득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앞선 과제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릴 G7 정상회의에서 예상되는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첫 정상 회동이다. 한미 관세 협상의 향방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두 정상은 첫 통화에서부터 실무 협상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패권 경쟁 한가운데서 이뤄지는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과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강경 정책과 경제 제재 압박 속에서도 중국과의 협력 확대는 쉽지 않은 과제다.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중국의 역할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도전이다.
이 대통령의 정상 간 첫 통화로 실용외교의 첫 단추를 끼운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현실 외교 현안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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