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베트남 정부가 위조품 판매에 대해 강도 높은 단속에 나서면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적잖게 혼란과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하노이·호찌민 등 대도시 중심 시장에서 이른바 ‘짝퉁 명품’들이 자취를 감추자 일부 관광객은 “쇼핑할 데가 없다”는 볼멘소리를 쏟아 내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불편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 한국인의 해외 소비 행태와 국가 이미지 전반을 성찰하게 만드는 일종의 경고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베트남 정부가 위조품 단속에 본격적으로 나선 배경은 단순하지 않다. 올해 미국과의 포괄적 무역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은 베트남 내 위조품 유통 실태를 주요 쟁점으로 지적했고, 이에 따라 베트남 재무부는 최근 세관 당국에 수입 위조품에 대한 고강도 단속을 주문했다. 이는 미국의 관심이 ‘관세율 인하’보다는 ‘중국산 제품의 베트남을 통한 우회수출 방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베트남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국으로서 회원국들과의 통상 질서에 부합하는 지식재산권 보호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국제적 압력도 받고 있다. 여기에 자국 내 ‘국산 브랜드 보호’ 움직임과 중산층 소비자의 브랜드 가치 의식 확산도 맞물리면서 짝퉁 시장은 사실상 공공의 적으로 지목받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의 여파가 유독 한국인에게 민감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 상인들 사이에서 “한국인은 위조품 단골손님”이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퍼져 있었다. 일부 여행사들은 짝퉁 시장을 여행 일정에 포함시키기도 했으며 한국어로 인쇄된 안내판, 전용 포장, 심지어 직배송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소비 행태는 단순한 개인적 일탈을 넘어 한국이라는 국가 전체의 문화 수준과 이미지가 오염된 채 타국에 전파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관광객 한 명이 싼값에 가방 하나 샀다고 만족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쌓이면 ‘한국인은 남의 브랜드를 존중하지 않는 국민’이라는 인식이 형성된다. 이것이 바로 국가 브랜드에 대한 실질적 타격으로 이어진다.
지금 국제 사회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무역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베트남·중국·라오스 등 이른바 위조 유통의 온상으로 여겨졌던 국가들조차 이제 더 이상 과거 방식에 안주하지 못한다. 이 흐름을 한국인 관광객만 외면한 채 구시대적 소비 행태를 지속한다면 이는 자국 브랜드와 경제에 대한 자해적 행동이라 비판받아 마땅하다.
여행사와 가이드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일부 여행업체들은 여전히 위조품 시장을 ‘관광 포인트’로 소개하며 이익을 취하고 있다. 현지 문화를 체험하고, 창작품과 전통 상품을 소개할 수 있음에도 ‘저가 쇼핑’만을 내세우는 것은 분명한 직무유기다. 특히 청소년이나 첫 해외여행객에게 위조품 쇼핑을 ‘정상적인 관광’으로 인식시키는 일은 장기적으로 국내 소비문화까지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이제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해외여행은 단순히 싼 물건을 사러 가는 쇼핑 관광이 아니다. 진정한 여행자라면 현지 문화를 존중하고, 고유의 창작물에 값을 지불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쓰는 지금, 그 문화의 뿌리를 이루는 국민이 위조품이나 탐닉하고 있다면 이는 모순 그 자체다.
베트남의 변화는 단순한 단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제 무역 질서 재편의 서막이다. 한국인 관광객이 이 흐름에 발맞춰 책임 있는 소비자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다음은 우리가 국제 사회로부터 ‘규제 대상’으로 지목될 차례일지도 모른다. 지금이 바로 저질 소비문화를 끊고, 한국의 품격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걸 우리 모두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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