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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기의 건축 이야기] 건축가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
양용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6-05 00:02:50
▲ 양용기 안산대 건축디자인과 교수
아리스토텔레스는 공간을 ‘무엇인가 담을 수 있는 장소’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에 의하면 장소의 범위는 무궁하다. 성냥갑·가방·주머니 등도 공간이고 TV·USB·외장하드 등 전자기기 공간도 있다.
 
이렇게 무엇인가 담는 공간이 있는가 하면, 도시에는 기능을 부여받은 영역적인 공간도 있다. 운동장·공원·광장 등 기능에 따라 행위가 주어지는 공간이 그것이다. 그러나 공간으로 이뤄진 가장 확실한 것은 건축물이다.
 
건축가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건축물은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이 공간들은 기능에 따라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성격을 부여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 건축물에 이름을 붙인다. 주거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공간을 주택, 환자에게 적합한 건축물을 병원이라 부른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무엇인가는 곧 기능을 말한다.
 
공간은 바닥벽 그리고 지붕으로 구성되어 있다. 3가지를 합쳐 한 단어로 엔벨롭(evelope·봉투)이라 부른다. 봉투는 무엇인가를 담는다. 건축에서 공간은 이 3가지를 반드시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바닥은 단지 영역이므로 공간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벽도 마찬가지다. 공간을 이루는 3가지 바닥, 벽 그리고 지붕 가운데 최소한의 요소는 지붕이다. 그래서 건축 법규에서 면적이나 건폐율을 계산할 때 지붕이 지면을 가리는 면적으로 계산한다. , 위에서 보았을 때 가려지는 대지 면적이 건폐율이다.
 
공간은 이런 물리적인 요소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나무로 만들어진 엔벨롭은 목조 공간, 콘크리트는 콘크리트 공간, 철골조는 철골 공간이라 부른다. 침대를 놓으면 침실, 부엌용품을 놓으면 부엌 등 기능에 따라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건축물 공간에는 이름이 주어지는데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개인을 위한 개인 공간, 거실처럼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용 공간, 그리고 화장실 같은 건 누구나 사용하지만 개인공간으로 만들 수 있기에 준개인 또는 공용 공간이라 한다.
 
공간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에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공간처럼 세분화되어 있지는 않다. 인간의 공간에는 심리적인 부분이 반영된다. 물리적인 공간 구분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심리적인 공간의 성격은 아주 중요하다.
 
시각적으로 개방된 부분 없이 막힌 공간을 폐쇄적 공간이라 부른다. 이는 특수 용도 외에 권장하지 않는다. 또 한쪽 벽 또는 일부만 개방된 공간도 있다. 이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폐쇄적인 공간과 반대로 필립 존슨의 글래스 하우스처럼 사방이 개방된 공간도 있다. 이 또한 권장할 만한 공간은 아니다. 이처럼 우리는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이라도 개방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바닥이나 천장의 상태에 따라서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대부분 바닥의 레벨은 같다. 그런데 바닥의 레벨이 다르면 공간의 성격이 다르게 다가온다. 시야의 높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 공간 안에서 바닥의 레벨을 다르게 하면 각각의 다른 공간처럼 느껴진다. 이는 심리적으로 영역의 구분이 지어지기 때문이다. 천장도 마찬가지다. 높은 천장과 낮은 천장 아래서 자란 아이의 심리가 다르다.
 
일본의 한 교수가 다양한 종류의 범죄자들이 살아온 공간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같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같은 성격의 공간에서 자랐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렇게 공간은 인간의 성장 과정에 대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도시 안에 어떤 공간이 있는가에 따라 그 안에 거주하는 시민의 심리가 달라진다. 아름다운 도시에는 아름다운 공간이 있다.
 
▲ 인간의 공간에는 심리적인 부분이 반영된다.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이라도 바닥이나 천장의 상태에 따라서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공간은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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