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데믹 이후 복잡해진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해 금리정책을 어떻게 단순화하고 새롭게 설계할지에 대한 논의가 펼쳐졌다.
한국은행은 2일 서울에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경제 구조 변화와 통화정책(Structural Shifts and Monetary Policy)’을 주제로 1일차 세션을 진행했다.
이날 세션에서는 찰스 에반스 전임 시카고 연준 총재 등 주요 중앙은행 출신 전문가들이 금리정책과 관련한 논문 3건을 발표했다. 논문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 방향, 장기 실질금리와 정책금리 간 관계, 인플레이션을 통한 정부 부채 조정 효과 등을 다뤘다.
첫 발표에서 찰스 에반스(Charles L Evans) 전임 시카고 연준 총재는 연준의 통화정책 체계를 간결하게 정립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팬데믹 이후 연준이 유연한 평균물가목표제(FAIT), 고용 부족 중심 접근 등 다양한 목표를 추가하면서 정책 복잡성이 높아졌으며, 본연의 목표인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안정까지 통화정책으로 달성하려는 시도는 목표 간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소비자들이 개별 품목 가격 안정까지 연준의 책임으로 기대하는 현상에 대해, 통화정책은 전반적인 물가 수준 안정에 국한됨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
특히 간결한 통화정책 운영을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과 정확한 인플레이션 예측 역량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관련해 1월 연준의 파웰 의장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통화 정책의 간소화 방향을 언급하며 간소화 방향을 시사한 바 있다. 저자는 간결한 통화정책 체계를 위해서는 연준 의장과 정책위원회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설명했다.
두 번째 발표에서는 팀 윌렘스(Tim Willems) 영란은행 연구자문위원이 정책금리 변화가 장기 실질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기존에는 정책금리 변화가 장기 실질금리에 일시적 효과만 주는 것으로 봤으나, 윌렘스는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변화가 시장 기대와 소비 행태를 변화시켜 장기 실질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논문은 생애주기 기반 FLANK 모형을 통해 장기 금리 하락이 노후 대비 저축 수요를 자극해 소비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특히 고령화가 심화된 국가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 발표에서 프란체스코 비앙키(Francesco Bianchi)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팬데믹 기간 정부지출 확대와 인플레이션 간 관계를 분석했다. OECD 37개국을 대상으로 재정적 물가이론(FTPL) 기반 분석을 수행한 결과, 팬데믹 시기 정부지출 증가분의 약 80%가 인플레이션을 통한 부채 실질가치 감소 효과로 충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이 정부 재정조달에 일정 부분 기여했음을 시사하며, 가격 경직성 등으로 인해 이러한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BOK 국제컨퍼런스는 3일까지 진행되며, 2일차에는 녹색전환과 인공지능이 인플레이션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논문 발표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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