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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여 요양시설 입주민 ‘우선 이용’ 논의… 반발 해법 될까

단지 가치 높이는 ‘복지시설’로 인식 전환 필요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26 11:19:56

▲ 서울 송파구노인종합복지관에 마련한 ‘100세마당 세대공감존’ 전경. 스카이데일리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공공기여를 통한 노인요양시설 확충이 주요 도시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민간 정비사업지에서는 여전히 입주민 반대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요양시설이 단지 내에 들어서면 집값 하락과 외부인 출입 증가로 생활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한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입주민에게 우선 이용 혜택을 부여하자는 방안을 제안하며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서고 있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민간 정비사업을 통해 조성된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의료복지시설을 단지 입주민이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는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시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평가된다.

공공기여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자가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지자체에 공공시설을 제공하는 제도로 서울시는 이를 활용해 요양시설과 데이케어센터 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여의도 시범아파트다. 서울시가 단지 내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요구하자 조합은 “외부인의 유입으로 단지 이미지가 훼손되고 자산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정비구역 지정 고시가 1년 이상 지연됐다.

서울시는 이러한 갈등 해소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단지에 요양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해당 단지 입주민에게 우선 이용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은평구 등 일부 기초지자체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을 통해 요양시설 이용 우선권을 명문화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는 ‘기피시설’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내 부모, 내가 이용할 수 있는 복지 인프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8년 서울의 노인 비율은 22.6%에 달하고 2038년에는 30.3%, 2052년에는 37.2%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서울시 내 노인요양시설 472곳 중 시립 시설은 11곳에 불과하다. 장기요양 1~2등급 수요자가 2만3000여 명에 이르지만 수용 가능 인원은 1만7000여 명에 그친다. 수요 대비 공급률은 70%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대부분 민간 시설로 채워져 있다.

공공요양시설은 비교적 저렴한 이용료와 안정된 운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규 설치는 주민 반발에 가로막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요양시설이 장기적으로 주거단지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50년 이상 유지되는 재건축 단지에서 노인복지시설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인프라”라며 “시설을 외곽으로 밀어낼 것이 아니라 단지 내부에 품는 방식으로 공동체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제도 개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서울시는 현재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해 요양시설을 주민공동시설로 지정하고 법제화하려 하고 있으나 국토부는 “지역별 수요 편차가 크기 때문에 전국 단위의 의무화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요양시설 확충은 미래형 주거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 장기적 주거 경쟁력 확보와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제도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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