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이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자, 한 인간의 리더십이 완성된 장면이다. 많은 이가 이 장면을 ‘스포츠의 승리’로 기억하겠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것은 인격과 품성, 책임의식이 만들어 낸 인간 승리다.
동시에 우리는 이 장면 앞에서 묻게 된다. 왜 우리는 손흥민 같은 리더를 정치권에서는 좀처럼 만나지 못하는가. 정치에서 리더십은 왜 가장 부족한 자산이 되었는가. 김문수와 이재명의 삶을 손흥민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그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손흥민의 리더십은 조용한 헌신의 연속이었다. 그는 늘 팀을 앞세웠고, 실패는 혼자 감내했다. 비난이 쏟아질 때면 “내가 부족했다”고 솔직히 고백했고, 승리를 거둘 때는 동료들을 향해 겸손히 박수를 보냈다. 팀의 주장 완장을 찬 순간부터 그는 ‘우승은 내 영광이 아닌 팀 전체의 결실’임을 잊지 않았다. 그는 화려한 언변도, 정치적 계산도 없었다. 그 대신 그는 매 경기에서, 매 순간에 ‘책임’으로 말했고, 그 무게를 묵묵히 감당해 냈다. 손흥민이 보여준 리더십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신뢰에, 목소리가 아니라 행동에 있었다. 그가 받은 신뢰는 팬들의 환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동료와 지도자, 심지어 상대팀의 존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깊다.
김문수 역시 그런 리더십의 계보에 속한다. 그는 1980년대 노동운동의 상징 중 하나였으며 수감과 해고, 사회적 낙인을 거치고 견뎌 내며 자신의 신념을 증명했다. 이후 보수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변함없이 사회적 약자와 서민층을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경기지사 시절 그는 ‘노동과 기업의 상생’ ‘좌우 이념을 넘는 대타협’을 위해 애썼다. 그는 평생 좌우의 경계를 넘나들며 실천했고, 거칠고 투박했지만 언제나 ‘자기희생’을 무기로 삼았다. 자유한국당 해체를 주장하며 삭발로 항거했고,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에는 단식으로 맞섰다. 이는 군중을 동원하거나 적을 만들어 자신을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던지는 방식이었다.
김문수는 결코 주류 정치권의 환심을 사거나, 포퓰리즘에 기대지 않았다. 그는 불리한 정세 속에서도 ‘정당한 절차’와 ‘국민의 선택’을 믿었다. 손흥민이 골을 넣고도 동료에게 고개 숙이듯, 김문수는 자신의 이익보다 공존의 가치를 택했다. 그의 리더십은 말이 아닌 헌신으로 증명되었다. 또한 그는 지도자의 권위란 직책이 아닌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체득하고 있었다. 상대를 함부로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분명히 하는 방식은 한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유형이다.
그러나 이재명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그 역시 가난과 장애를 딛고 변호사가 되었으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유력 대권주자가 됐다. 그러나 그는 공동체를 통합하는 리더가 아니라 갈등을 정치화하는 전략가의 길을 택했다. 그는 끊임없이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며 지지층을 결집시켰고, 정적은 대화가 아닌 고소·고발과 적개심으로 상대했다. 자신의 잘못은 검찰 탄압으로 덮었고, 사법 리스크조차 정치적 박해로 규정했다. 손흥민이 “내가 부족했다”고 말할 때, 이재명은 “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리더십은 책임이 아니라 변명, 통합이 아니라 분열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재명은 위기 때마다 극적인 메시지와 연출로 언론의 주목을 끌었지만, 이는 ‘국민 전체의 대표자’가 아닌 ‘일부 지지층의 우상’으로 그를 남게 했다. 국적과 언어, 종교를 넘어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리더가 된 손흥민과 대비되는 점이다. 국민이 선택해야 할 지도자는 감정을 자극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신뢰를 받는 사람이다.
손흥민은 영웅으로 길러지지 않았다. 그는 수많은 제약과 냉소를 견디며 스스로 길을 낸 인물이다. 김문수 역시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몫을 묵묵히 수행해 왔다. 두 사람 모두 책임과 희생을 리더십의 본질로 삼았다. 반면 이재명은 책임보다 음모를, 희생보다 대립을 택했다. 이것이 그가 여전히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이며 대권 앞에 서서도 여론의 벽을 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이다.
결국 우리는 어떤 리더를 따라야 할까. 말없이 버티며 책임을 짊어진 손흥민, 고된 현실 속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한 김문수, 그리고 끝없이 외치며 편을 가른 이재명. 리더십의 본질은 더 많은 지지자를 얻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무게를 견디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 원하는 지도자는 누구인가. 이미 트로피를 든 자가 조용히 알려 주고 있다. 그가 보여준 리더십은 단지 축구장의 승리를 넘어, 정치와 사회가 따라야 할 방향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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