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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최태원 회장님, 휠체어는 타지 마세요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22 00:02:30
▲ 양준규 산업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찰 수사를 받는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건과 관련해 최태원 회장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를 고발해 서울 남대문 경찰서가 23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는 최 회장과 유 대표가 해킹 사실을 알고도 지연 신고를 해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찰은 SK C&C 가짜 일감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SK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SK C&C에 대한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SK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최태원 회장을 부를 태세다. SK텔레콤 유심 정보가 유출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고,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도 SKT에 책임을 묻고 있다. 이런 까닭에 머지 않아 최태원 회장이 국회에 불려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최태원 회장은 경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고 대한상공회의소 수장까지 맡아서 존재감도 컸다. SK그룹 후계자가 된 이후 실적이 크게 상승했고 특히 2012년 하이닉스 인수는 그룹의 운명을 바꿔 놓은 신의 한 수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재계를 대변해서 목소리를 낸 덕분에 재계 맏형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게다가 각종 국민 제안을 내놓아 대한민국을 이끄는 리더로 거듭나려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최태원 회장은 체면을 구겼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가정사가 까발려졌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 이야기가 나오며 SK그룹의 성공 신화에도 금이 갔다.
 
여기에 SKT 유심 정보 유출 사태에서 SKT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최태원 책임론이 커졌고 급기야 ‘아내 교체 비용 2조 원’이라는 내용의 인터넷 게시글이 여러 커뮤니티에서 삭제되면서 국회에서 해당 게시글이 낭독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SKT 유심 정보 유출 사태에서 최태원 회장이 보여준 대응 또한 실망스럽다. 국회 청문회에서 SKT 고위 관계자들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해 결국 최태원 회장을 소환했을 때 최태원 회장은 치과 진료를 이유로 불참했다.
 
불철주야 나라와 우리 경제를 걱정하며 왕성하게 활동하시던 재벌 회장님들이 불리해지면 몸이 아프고 법원까지 가면 휠체어를 탈 만큼 건강이 악화되는 꼴은 예전부터 봐 왔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 경영을 말하며 기업을 넘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최태원 회장은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청문회를 피했다.
 
다시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최태원 회장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한·미 통상 관련 행사를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이 SKT 유심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모습을 드러낸 것은 SKT 본사에서 진행한 7일 대국민 사과 때뿐이고 그 뒤로는 SK텔레콤 관계자들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벌은 선망의 대상이다. 제아무리 잘나가는 정치인도 임기를 마치면 물러나지만 재벌 회장은 임금님처럼 임기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재벌 회장이 일반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을 리는 없다. 그러나 고객 신뢰를 잃을 수 있는 만큼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데 인색할 필요가 없다. 
  
최태원 회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경제 5단체 간담회에서 한·일 경제 공동체를 제안했다. 7월엔 인공지능(AI)과 관련해서 강연할 예정이다. 한가롭게 강연하러 다닐 게 아니라 고객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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