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끌어내렸다. 0%대 성장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KDI 전망치는 정부 기관이나 국책 연구기관, 국제기구 등이 현재까지 제시한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치로서 충격적이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추정 평균치와 엇비슷한 수준이지만 국내 주요 싱크탱크로서는 처음으로 0%대를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번에 KDI가 내놓은 것은 석 달 전 전망치를 반토막으로 낮춘 것으로, 미국 관세 충격과 구조적인 내수 침체 및 정치 불안 등 대내외 복합 위기가 빠른 속도로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수출과 내수 양쪽에서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 경제에 대한 이 같은 위험 신호는 이미 제기된 바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지난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해 지난해 2분기(-0.2%) 이후 3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역성장은 정치 불안과 미국의 ‘관세 폭탄’ 우려에 소비와 투자를 비롯해 수출까지 삐걱거린 결과라는 세심한 분석까지 곁들였다.
이런 이유로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2.0%에서 1.0%로 대폭 낮춰 잡았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도 3.3%에서 2.8%로 하향 조정됐지만 한국의 낙폭은 유난히 두드러진다. 미국·유로존·일본·영국·캐나다·기타 선진국 등 IMF가 분류한 선진국 중에서도 낙폭이 가장 크다.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2.1%에서 1.4%로 0.7%p 내려갔다. IMF의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은 대미·대중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의 구조가 반영된 것으로 통상 현안 해결이 주요 과제임이 재확인됐다.
설상가상 우리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는 요인이 널려 있다. 그중 가장 큰 요인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한 우려다. 미국이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상대국들이 보복 관세로 대응하며 통상분쟁이 격화할 경우 우리 경제의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 활로를 열기 위한 당국의 재정과 통화 정책, 규제 개혁을 통한 신산업경쟁력 제고 등을 꾀해야 한다. 향후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 투입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을 더 이상 악화시켜선 안 된다. 지난해 한국의 국가 채무가 1175조2000억 원으로 불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새 48조5000억 원이나 늘었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년 만에 다시 10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재정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묶는 재정 준칙 목표를 지키지 못했다. 전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을 비판했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나랏빚은 200조 원 넘게 늘었다.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지 않는 정책 집행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통화 정책은 최근 경기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물가 하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 완화적인 기조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가계와 기업에 도움되는 기준금리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국 안정이 긴요하다. 대선 국면에서 극한적 감정 표출과 소모적 논쟁은 자제하고 국리민복을 위한 정책의 장을 펼치길 촉구한다. 내우외환을 맞아 국민에게 희망을 주도록 정치권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 어디인지를 인식해야 한다. 지금은 정당과 이념을 떠나 대한민국호의 생존을 위한 지혜를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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