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알라·거북·낙타의 공통점이 있다. 세상 무해하고 순한 동물이라는 것이다. 코알라는 호주에만 서식하는 동물로 순둥이의 대명사다. 코알라의 하루 일과를 보면 20시간은 자고 4시간은 먹는다. 먹고 자기도 바쁜데 다른 동물과 싸울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사실 산불이라는 복병이 나타나기 전까지 이렇다 할 천적도 없었다.
지난해 초 호주 산불이 6개월간 이어지면서 코알라가 특히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일생의 대부분을 자면서 보내는 종이기에 불을 인지하는 데 느릴 수밖에 없다. 대부분 자다가 그대로 타 죽었다고 한다.
코알라는 영양소가 적고 독성이 강하며 섬유질이 많은 유칼립투스를 주식으로 한다. 신기한 일이다. 왜 이 동물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식물을 먹이로 택한 걸까.
어쩌면 그것은 선택이라기보다 몫이었을지도 모른다. 워낙 성격이 순하다 보니 먹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유칼립투스를 주식으로 삼으면 생존 확률이 올라가게 된다. 인간도 잡초를 주식으로 삼았으면 평생 놀고먹을 수 있었을 텐데….
보통의 동물은 포획되어 창살에 갇히면 수명이 줄어든다. 성질이 급한 물고기류는 그물에 걸리자마자 죽기도 한다. 하지만 거북은 다르다. 거북은 동물원에서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타고 나길 외부 자극에 무딘 데다 영양사가 조제해 주는 질 좋은 먹이를 공급받으니 안 그래도 오래 사는데 더 오래 사는 것이다.
거북도 코알라처럼 특별한 천적이 없다. 물론 알에서 갓 깨어났을 때는 상당수가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힌다. 하지만 일단 성체가 되면 단단한 등껍질로써 다른 동물의 공격을 무위로 만들어 버린다.
낙타는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으로 통한다. 사막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물과 음식을 먹지 않고 버틴다. 심지어 30일까지 물을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자동차가 기름 없이 한 달을 가겠는가.

낙타가 먹이 섭취를 미룰 수 있는 것은 등에 있는 육봉 덕이다. 이 육봉은 사람의 복부지방 같은 것으로 먹이 공급이 줄어들면 점점 크기가 작아지다가 식량이 공급되면 다시 볼록해진다. 사람의 복부지방은 만병의 근원이지만 낙타의 육봉은 생명의 근원이다.
이들 무해한 동물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스트레스에 무디고 행동이 느긋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에겐 이렇다 할 천적이 없다. 편안하게 늙고 싶다면 주변에 사회적인 적을 두지 말 일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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