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보험시장에서 핫이슈가 될 만한 소식이 새해부터 전해질 듯 하다. 바로 1세대부터 4세대까지 개편이 돼 판매돼 온 실손보험이 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높은 손해율을 여전히 잡지 못해 5세대 실손보험 개편에 대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번에는 과연 만족스러운 개편이 될 수 있을까. 실손보험 갱신 시마다 높은 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 꼽혀온 일부 비급여 치료의 과잉 진료를 잡고 암이나 뇌 질환 등과 같이 중증 질환의 보장에 좀 더 보상 집중을 해줄 수 있는 실손보험으로 고민하고 있다는데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개인적으로 심히 걱정된다.
실손보험이 판매된 것은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지금과 같은 형태로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이제 20년 정도 됐다. 처음에는 높은 관심을 두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입률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단순히 병원비를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이라고 여겨졌고 ‘어떤 치료를 받았더니 보상이 된다’는 내용들과 함께 실손보험 보장이 더 좋지 않게 바뀌니 하루 빨리 가입해야 한다는 이슈를 등에 업으면서 특정 시기마다 입소문에 의해 가입자 수를 대폭 늘리게 됐다. 예를 들어 관심에도 없었던 일상생활중배상책임 특약이 아랫집 누수 발생 시 아랫집에 대한 피해보상을 해줄 수 있다는 내용이 퍼지고 추후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나오면서 누수로 인한 보상의 경우 자기부담금을 높이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가입자 수가 대폭 늘어났고 이제는 가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특약으로 자리매김을 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가입자 수가 급증하면서 문제점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허위진료·과잉진료·의료관광과 더불어 그로 인한 높은 보험료의 인상까지 잊을만하면 매스컴을 통해 문제제기가 돼왔다. 이 중 결국 높은 보험료 인상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이 돼왔다. 원인은 분명해 보였지만 딱히 손쓸 방법은 없었다. 결국 그때마다 선택한 것은 실손보험 개편이었다. 그래서 1·2세대 실손보험의 고질병으로 꼽힌 비급여 치료에 대한 도덕적해이 문제를 개선하고자 착한실손에 이어 반값실손까지 선보이면서 4세대 실손보험까지 오게 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리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예상하기로는 나름 보험료가 착하다고 해 ‘착한실손’으로 불렸던 3세대 실손보험의 인상률이 2025년 상당히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라 한다. 예상치에 따르면 3년 새 50% 정도 껑충 뛴 수치가 될 것이라고 한다. 아직도 수많은 가입자들이 건강상 큰 문제가 없어 대비 차원에서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있는데 이렇게 또 높은 보험료 인상이 예상된다면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은 불 보듯 훤한 결과가 될 것이다. 한편 나름 방어를 해보겠다는 심산에서 또다시 개편한 4세대 실손보험의 경우도 현재 그 손해율이 예상치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실손보험 개편에 대한 카드를 새해 들어 정부가 만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심히 우려된다. 이론과 현실은 아주 다르다. 현장에서 실손보험 청구와 관련된 많은 사례를 접하게 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 중 하나가 병원이 실손보험 적용에 대한 부분을 너무 강조하며 치료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학병원 급 이상에서는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내원하게 되는 동네 의료원급에서는 실손보험 가입에 대한 부분을 먼저 확인하고 보상받게 해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치료를 권유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피부과 일부 비급여 시술, 하이푸시술(초음파로 자궁 근종제거), 비급여 주사, MRI 입원 촬영 등 수많은 의료 행위들이 과잉 또는 허위 진료로 의심이 돼왔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어느덧 건강검진도 실손보험을 활용해서 받고 있는 실정이다. 위내시경·대장내시경은 일상이 됐다. 복부초음파도 실손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병원에서 권유까지 한다. 위 또는 대장의 경우 국가검진 시에 수면마취는 개인부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 부담금을 줄이기 위하여 진단코드를 부여하고 실손보험 혜택을 받게 해주는 것은 이제 아주 공공연하게 대중화가 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이 이렇기에 개편안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필자는 실손보험 개편에 대해 산 넘어 산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그렇겠지만 필요에 의해 실손보험에 가입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물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정말로 실손보험이 없어서는 안 되는 분들이 보험을 유지하고 싶어도 너무 높은 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실손보험 유지를 고민하는 상담을 신청할 때마다 개인적으로 너무 속상하다. 뾰족한 해법이 없으니 말이다. 이번 개편안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과잉진료도 문제겠지만 은연중에 죄책감 없이 이뤄지고 있는 허위진료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경증질환에 대한 비급여 보장축소만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잡을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악성가입자들은 결국 실손보험 적용을 해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며 어떻게라도 지속적으로 보상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고 생각한다. 금융당국이 수박 겉핥기식과 보여주기식의 개편이 아닌 허위 진료에 대한 과감한 처벌이 동반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법안과 함께 실손보험 개편을 강행해주기를 개인적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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