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명문 클럽 바이에른 뮌헨에서 부동의 원톱을 맡고 있는 해리 케인은 잉글랜드 출신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훗스퍼에서 ‘손세이셔널’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다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지 올 시즌이 두 번째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의 주장도 맡고 있다.
케인이 고향 팀이나 마찬가지인 북런던 연고의 토트넘을 떠난 이유는 간단 명료하다. 팀 우승에 대한 갈망 한 가지 때문이다. 우승을 맛보고 싶은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우승 트로피를 놓칠 때마다 무척 힘들었다고 고백한 그다.
단체 구기경기인 축구의 경우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를 거느리고 있다고 해서 우승을 보장받지 못하는 게 다반사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11명이 단합된 힘과 팀워크를 과시할 수 있어야 우승이 가능하다. 이것이 축구의 매력적인 부분이다.
세계 최고 축구선수의 상징인 발롱도르(Ballon d'or·황금빛 공·축구 전문지 ‘프랑스 풋볼’의 올해의 유럽 남자 축구 선수상)를 무려 7차례나 받고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에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0회·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회 등 수많은 트로피를 수집해 온 리오넬 메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을 제패하지 못해 월드컵 얘기만 나오면 어깨를 펼 수 없는 처지였다.
그렇지만 메시는 다섯 번 출전 만에 2022카타르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시상식에서 축구 황제로서 대관식을 치를 수 있었고 ‘메호(메시와 호날두) 대결’에서 웃을 수 있었다. 이렇듯 제아무리 훌륭한 MVP(most valuable player·최우수 선수) 등 개인상을 수상하더라도 팀 우승이라는 영광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게 축구의 세계다.
케인은 토트넘 유스팀에서 10년 넘게 활약하다 18살 때인 2011년 성인팀에 몸담았던 전형적인 토트넘맨이다. 잉글랜드 대표팀 A매치 98경기에서 66골을 터뜨려 최다골 기록을 갖고 있다. 양발을 능숙하게 다 쓰며 신장 188cm·84kg으로 골잡이로서의 피지컬(신체 조건)도 빼어나다.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케인은 EPL 317경기에 출전해 무려 213골을 기록하며 리그 골잡이로서 명성을 날렸지만 가슴 속에는 늘 아쉬움이 자리했다. 케인은 손흥민과 8년간 공격수로서 명콤비를 이뤄 무려 47골을 합작했지만 무관에 그쳤다. 커리어 내내 차지한 트로피가 단 한 개도 없어 ‘무관의 제왕’이라고 불릴 만하다.

케인은 EPL에서 13년간 활약하며 득점왕 3회·최우수 선수 등 개인상을 모두 받았지만 정작 필요했던 팀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때는 득점왕도 차지했다.
케인은 우승에 대한 한을 풀고자 걸핏하면 우승컵을 들어올릴 만한 구단으로의 방출을 요청했지만 늘 거부당했다. 토트넘 구단으로서는 케인이 적군으로서 칼을 겨눌 것이 두려웠던 게 사실이며, 그 만한 공격 자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트넘에서 번번이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한 그는 계약기간 1년을 앞두고 마침내 이적을 이룰 수 있었다. 그것도 우승 전문가라고 일컬을 만한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뮌헨은 케인의 몸값으로 토트넘에 8640만 파운드(약 1480억 원)를 지불했고 케인의 활약에 따라 토트넘이 추가 수입을 받을 수 있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1900년 창단한 바이에른 뮌헨 클럽 역사상 최고 영입 이적료인 동시에 분데스리가 역대 최고 이적료였다. 등번호도 토트넘에서 달던 ‘9’를 그대로 배정해 주는 등 케인을 최대한 예우했다.
케인이 지난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할 당시 그가 드디어 우승을 맛볼 줄 알았다. 바이에른 뮌헨은 12시즌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루며 ‘우승=바이에른 뮌헨’이라는 공식이 성립돼 있었기 때문이다. 케인의 우승컵은 떼어놓은 당상으로 여겨졌지만 기대감은 산산 조각났다.
케인은 걸출한 골잡이답게 독일 땅에서 이적 첫 해 36골(8어시스트)을 올리며 제 몫 이상을 다했지만 리그 우승을 만질 수 없었다. 그러니 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사비 알론소(스페인) 감독이 이끄는 바이엘 레버쿠젠이 무패 우승(28승6무)으로 정상을 밟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 3위로 처졌다.
새로운 시즌이 또 시작됐다. 신발 끈을 동여맨 케인이 2024~25시즌에는 평생 소원인 우승컵을 들어올릴지 흥미진진하다. 지난 시즌 부진을 겪은 바이에른 뮌헨은 우수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와신상담 중이니 이번엔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 내년 5월까지 팀당 34경기를 치르는 분데스리가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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