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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의 문화방담] 현대미술과 ‘아트페어’ 그리고 지역 미술
20세기 후반 고도화된 장터(아트페어)에서 깜짝 탄생한 현대미술
세계적인 프로스포츠 리그와 유사한 운영 방식으로 주목
지역 작가 노출 등 지역 미술 활성화 위한 시장 전략 절실
이재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13 06:31:10
 
▲ 이재언 미술평론가
얼마 전 서울 키아프리즈가 코엑스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아트페어 키아프(KIAF), 바젤과 함께 국제 아트페어를 양분하고 있는 프리즈(Freize)가 연합한 미술 장터로 나흘 동안 입장객이 8만을 헤아렸다. 
 
말이 그렇지 하루 2만 명이 움직이는 행사라면 대성황이라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전체 매출에 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 없지만, 쿠사마 야요이 등의 유명작가 고가작품들이 첫날부터 팔려 나갔다는 소식을 감안하면 수백억에 이를 것으로 짐작된다. 
 
바젤·프리즈·피악(FIAC)·쾰른 등의 아트페어가 열릴 때마다 관람을 위해 대규모 여행단을 꾸려 단체로 출국하는 것을 우리는 엘리트 계층의 호사로 여기곤 했는데, 그게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었다. 속된 말로 이제 잘나가는 외국작가들의 작품을 이제 마트에서 구입하듯 살 수 있는 시장이 조성된 것이다. 우리의 미술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구미 지역의 명문 갤러리나 유명작가들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여기고 참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 ① 국경오, 품다, FRP음양각, 230x70x35cm, 2014.  ② 권광칠, 토란112x160cm, 장지에 채색, 2019.  ③ 김명숙, 영혼의 정원, 150x150cm, 섬유, 2020.
 
20세기 이래 현대미술을 견인하고 있는 두 축은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라 할 수 있다. 현대미술 특유의 배타적 성향과 대중에 대한 낯가림에도 비엔날레와 아트페어가 있어 엄청난 대중 동원 능력과 흥행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양한 양식과 장르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축제가 되는 것이다. 전자는 비교적 비상업적 성격을 띠는 데 반해, 후자는 고도화된 자본과 마케팅으로 무장된 그야말로 첨단의 ‘장터’이다. 20세기 전반은 비엔날레, 후반은 아트페어의 시대라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보면 19세기 산업혁명에 성공한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열강들이 자국의 발전된 산업과 문화를 과시하기 위해 ‘만국박람회’(International Expositions)를 개최하기 시작한 것이 주요 배경이 된다.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는 그로부터 파생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런던박람회나 파리박람회 등에서 많은 미술작품이 주요 컨텐츠로 선보여 호응을 얻게 되면서 눈썰미 있는 사람들은 많은 영감을 얻게 된다. 관광에 문화의 옷을 입혀 지역의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1895년 등장, 비엔날레는 마치 올림픽 시스템처럼 국가 간 경쟁을 부추기는 거대한 게임의 방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특히 시대정신의 예언자적 역할을 천명한 비엔날레가 쏟아 낸 테제와 담론들은 시각문화 트렌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어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 박효정, 밤과 꿈 사이, 직경 50cm, 라쿠소성. 2023.
 
 
▲ 이상길, contact, 180x178x45cm, FRP, 우레탄도장, 2023.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자본과 손잡은 현대미술은 시장의 새로운 프레임을 창출하게 된다. 대부분 개별 갤러리들의 안목과 마케팅 능력으로 작가들을 스타덤에 올리곤 했던 영세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거대 자본의 기획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바젤·런던·파리·쾰른·뉴욕 같이 금융이나 산업이 발달한 도시들을 배경으로 비엔날레에 필적할 거대 규모의 장터에서 갤러리들의 박람회가 열리게 되었다.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는 서로 성격을 달리하고 있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연동돼 있다. 비엔날레의 스타가 곧 시장의 스타가 되기도 하고, 시장에서 스타덤에 오른 작가가 비엔날레에서도 각광을 받는 상호작용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 이향미, 기억의 색깔, 30호, 수채, 2023.
 
장터를 연 주최측은 대관료 및 기타 경비를 제외한 참가비와 입장료 수익을 가져가고, 참가한 갤러리들은 작품 판매 수익을 가져간다. 물론 참가자가 갤러리가 아니고 작가라면 판매 수익은 전액 작가의 수익이 되겠지만, 갤러리가 참가 자격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보통이다. 갤러리 입장에서는 고정 고객에만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의 고객들에게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참신한 혹은 매혹적인 작가군의 쇼케이스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자본력과 기획력, 방대한 네트웍을 보유한 주최측은 새로운 시장을 계속 개척해 나가고 있으며, 그중 <프리즈 서울>도 개척의 결실로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아트페어는 유럽의 축구 클럽이나 미국의 야구 구단들이 벌이는 리그에서처럼 주최측, 즉 기업의 기업이 되는 것이다. 개별팀은 경기를 통해 부를 창출하게 되는데, 프로스포츠의 경우 그 판을 ‘리그’라는 이름으로 깔아 주는 것과 흡사하다.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각 구단이 상상 초월의 자금을 동원해 선수들을 사고파는 것처럼 아트페어 또한 작품들을 사고파는 갤러리의 갤러리로 성장해 있다. 
 
▲ 전숙희, 반계리 은행나무, 30x62cm, 수묵채색, 2023.
 
 
▲ 조미행, 시간의 얼굴1 145X1121cm, 수채, 2023.
  
자본이 취약한 기업이 주도권을 잡기가 그리 쉽지 않지만 지방정부가 보조사업이나 지원사업으로 선정하여 나섬으로써 성과를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지방 대도시 대부분의 아트페어가 그렇게 정착되었다. 왜냐하면 지역사회는 관광과 문화 발전을 결실로 거둘 수 있고, 현대사회의 예술 소비층, 즉 작품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어도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예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애호가 대중이 다수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의 경제에도 긍정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의 재정 여건상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여건을 잘 활용하여 지역 아트페어 흥행을 성공시킨 사례들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
 
▲ 최법진, 고원별곡, 유화, 탄분, 2023.
 
지역에서 공공미술관이나 대형 프로젝트들이 발족을 앞두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공공미술관에 소정의 컬렉션이 필요하며, 아울러 지역 주도의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적지 않은 미술작품 수요가 발생한다. 여기서 필요한 미술작품들의 구입처 혹은 구입 통로로 지역의 아트페어를 지정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지역사회에서 공적으로 합의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공공 수요가 있다는 정보는 전국 각지의 갤러리들, 심지어 해외의 갤러리들에게도 퍼지기 마련이다. 어떤 형태로든 관심을 보이거나 관계를 가지게 될 수 있다. 어차피 지역에서 필요한 작품들을 지역의 미술시장 발전의 마중물로 사들인다는 방식이다. 그러한 방식은 자연스럽게 지역의 작가들을 외지 갤러리들의 프로모션에도 노출 혹은 참여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므로 경영 차원에서 주목하게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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